전북을 대표하는 서예가인 강암(剛岩) 송성용(1913~1999) 선생이 쓴 '湖南第一門(호남제일문)' 현판의 글씨 원본이 경매시장에 나왔다.
이 글씨(세로 72㎝, 가로 512㎝)는 강암 선생이 1994년 전주 나들목에서 시내로 진입하는 호남제일문이 재건립되자 현판용으로 사용해달라며 전주시에 기증한 것이다.
곧바로 현판 조각가에게 전해진 이 원본 글씨는 현판 제작 이후 행방이 묘연해졌다가 19년이 지나 이번에 미술품 경매회사인 A-옥션의 경매에 등장했다.
전주시는 19일 광주에서 경매되는 이 원본 글씨의 회수를 희망하고 있지만 이 글씨에 대한 소유권을 내세울 만한 서류를 작성하지 않아 권리를 주장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강암 선생은 송하진 현 전주시장의 부친으로 시대를 대표하는 명필로 많은 존경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시골구석에 사는 까닭에 견문이 매우 좁아 글씨가 먹으로 장난치는 수준"이라고 평할 정도로 겸손한 인물이었다.
국전 초대 작가를 지냈으며 대한민국 미술 대전, 전라북도 미술 대전, 동아 미술 대전 등의 심사 위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특히 1995년 자신의 땅과 작품을 전주시에 기부, 서예 전시관을 짓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당시 계약서 등을 작성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면서 "시 예산으로 경매에 참여할 수 없지만 문화예술적 가치가 높은 만큼 낙찰자가 기증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최수학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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