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미쳤다. 그냥 부르는 게 값이다. 심정수(은퇴)의 4년 60억 최고액 이상을 받은 선수만 올해 4명이나 된다. 타 구단과 협상할 수 있는 첫 날인 17일부터 대형 계약 소식이 잇달아 터져 나왔다.
한화는 이날 국가대표 테이블 세터인 정근우와 이용규를 총액 137억원을 주고 한꺼번에 영입했다. 정근우와는 4년 총액 70억원(계약금 35억원ㆍ연봉 7억원ㆍ옵션 7억원), 이용규와는 4년 총액 67억원(계약금 32억원ㆍ연봉 7억원ㆍ옵션 7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지난 13일 FA 최대어 포수 강민호가 4년 총액 75억원으로 사상 최대 금액을 경신한 것에 이어 역대 2, 3위에 해당하는 대형 계약이다. 지난 15일에는 장원삼이 투수 FA 최고액인 60억원에 삼성에 잔류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두산의 리드오프였던 이종욱은 4년 총액 50억원에 NC와 계약했다. 33세의 나이는 전혀 걸림돌이 안 됐다. 2011년 이택근, 지난해 김주찬을 기준으로 이제 웬만한 주전급 FA 선수의 금액은 ‘기본’50억원으로 정해진 모양새다. FA 선수가 워낙 귀한 몸이 된 탓에 11년 통산 타율 2할6푼1리에 그쳤던 외야수 이대형까지 KIA와 4년 총액 24억원에 잭팟을 터트렸다. 정상급 외야수인 박한이가 4년 총액 28억원에 도장을 찍은 사례에 비춰볼 때 엄청난 금액이다.
몸값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되자 일각에서 “과연 그 만한 투자 가치가 있을까”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거품이 끼어도 너무 끼었다”는 지적도 있다. 적자 운영을 면치 못하는 야구단 운영 상황에서 서로가 시장 자정 능력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수도권 구단의 한 관계자는 “FA 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큰 일”이라며 “선수단 사이에 위화감이 생길 수 있는 부분도 염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FA 시장은 수요자 과잉 시장으로 급변하면서 FA 선수는 더욱 귀한 몸이 됐다. 선수 공급 시장은 그대로인데 수요자만 늘었다. 내년 겨울에는 2015년부터 1군에 진입하는 10구단 KT까지 ‘전의 전쟁’에 뛰어든다. 보상 선수를 내주지 않고 보상금만 지급하는 신생 팀 혜택으로 FA 선수를 지키려는 팀들과 뺏으려는 팀이 더욱 치열하게 맞설 가능성이 높다.
FA 시장이 지금처럼 흘러가다 당장 내년에는 100억짜리 선수가 나올 수도 있다. 2014년 시즌을 마치면 국내 최고의 타자로 손꼽히는 SK 최정이 FA 자격을 얻는다. 한창 전성기에 올라있는 선수에다 나이까지 젊다. 최정을 향해 KT가 적극적인 구애를 펼칠 전망이다. 수원 유신고 출신인 최정은 KT 연고지와 딱 맞는 선수다. 벌써부터 ‘100억 베팅설’이 나도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 프로야구 대표 4번 타자 넥센 박병호(27)가 FA 자격을 취득한 다음 시장에 나올 때도 몸값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 있다. 김지섭기자
한국스포츠 김지섭기자 onio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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