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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세상 11월 18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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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세상 11월 18일 월요일

입력
2013.11.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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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가 ‘독수공방할 운수’ 갖고 있어…

먼 친척 조카의 재혼식을 지켜보는 내 마음은 착잡했다. 고달픈 홀아비 생활을 청산하고 새 출발을 하는 일은 축하할 일이나 신부의 과숙살이 마음에 걸렸다.

여자가 과숙살이 있으면 결혼 후에 이별하여 독수공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한번 이혼한 것도 이 과숙살의 영향이 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 과숙살이 있으면 형제자매간 덕도 없으며 자식 때문에 속상한 일이 많다고 하는데, 조카는 몇 년 전에 초등학생 아들을 가슴에 묻었다. 여러 가지 정황을 볼 때 과숙살의 좋지 않는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그래서 신랑의 엄마인 언니가 궁합을 봐 달라고 했을 때 나는 반대했다. 언니 역시 아들이 두 번 다시 상처를 받는 것을 지켜 볼 수 없다며 아들의 결혼을 반대했다.

하지만 조카의 생각은 달랐다. 사랑이 모든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다며 가족들을 설득했고, 주변의 반대가 심할수록 여자에게 더욱 공을 들였다.

눈에 콩깍지가 씌면 아무리 말려도 소용없는 것이 남녀관계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과숙살을 푸는 것이었다. 살을 풀면 위험 요소를 감소시키는 경향은 있지만 그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

과숙살을 푸는 방법은 다양다. 가장 보편적인 것이 살풀이 굿이다. 여기에 축원을 하는 기도를 한다. 나 역시 이 방법을 시도했다.

굿을 한 후에 마음이 개운하면 효과가 좋다. 그런데 굿을 한 후에 뭔가 찜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땐 효과도 별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와 언니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하기로 했다.

정성을 다하면 하늘도 감동하여 돕는다고 했다. 점사도 정성을 다하면 가끔 신들도 감동하여 재앙은 막아주고 복을 불러준다. 그래서 언니와 나는 목주를 1,000일 동안 돌리기로 했고, 과숙살을 푸는 부적도 만들었다.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아 나는 틈틈이 살풀이 경문을 외웠다. 진인사대천명이니 하늘의 관대한 은혜를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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