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36)씨는 12일 자정 무렵 서울 신림동의 한 바에서 양주 1병을 마셨다. 취한 김씨는 술을 더 시키려 했지만 돈이 없자 옆 자리의 일행인 척하며 술을 주문했다. 하지만 종업원 정모(21)씨가 그를 알아봤다. 김씨는 다른 자리로 옮겨 또 술을 주문하려다 오전 4시쯤 가게에서 쫓겨났다. 거리를 배회하던 김씨는 오전 5시쯤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정씨에게 다가가 점퍼를 찢고 걷어차는 등 폭행했다.
김씨를 체포한 경찰은 혀를 찼다. 김씨는 서울대 법대를 다닐 때부터 사법시험에 계속 떨어지자 2004년부터 술을 마시고 사람을 때리거나 술값을 지불하지 않는 등 범행을 저질러 전과 15범이었다. 재판이나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 등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것도 34건이나 됐다. 경찰 관계자는 "신림동 고시촌 주변의 여러 술집 직원들이 김씨의 사진을 보자마자 '진상'이라고 말할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 9월에는 술을 마신 뒤 술값을 내지 않고 행패를 부린 혐의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으면서 같은 대학 선배인 판사 앞에서 "고향으로 내려가 치료를 받고 열심히 살겠다"고 선처를 구해 구속을 면하고 벌금형만 받았다. 하지만 두 달도 안돼 사고를 친 김씨는 결국 15일 구속됐다.
관악경찰서는 같은 날 봉천동의 한 실내 포장마차에서 술에 취해 가게 여주인(58)이 자신을 무시한다며 감금하고 흉기로 위협한 혐의로 이모(61)씨도 구속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씨는 승복을 입고 전국을 다니며 시주를 받아 생활해온 가짜 스님으로, 절도 폭행 공무집행방해 등 전과 24범이었다. 주변에선 술만 취하면 시비를 걸거나 물건을 부수는 사람이라고 기억했다.
경찰은 술자리가 빈번한 연말연시를 맞아 상습 음주소란범을 엄벌할 방침이다. 서연식 관악경찰서장은 "습관적으로 술에 취해 주변 사람을 때리고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이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면서 "이렇게 이웃에게 위협을 주는 사람들을 엄벌에 처해 음주 범죄가 근절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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