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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11월 16일] 학교에서의 문화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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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11월 16일] 학교에서의 문화예술

입력
2013.11.1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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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수능이 끝났다. 많은 학생들이 큰 산을 하나 넘은 듯 할 것이다. 비단 고3 수험생이 아니더라도 대개의 청소년들이 학업과 성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네 교육의 현실을 감안하면 그나마 한숨 돌릴 수 있는 절호의 시간이기도 하다. 아무리 청소년들에게 창의성과 상상력이 중요하고 배려와 소통 등 인성교육이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그래도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심정으로 보면 그러한 것들이 자칫 먼 남의 일처럼 들릴 수도 있다. 어쨌든 당장은 입시와 진학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적 환경에서 청소년들에게 적극적으로 문화예술을 접하고 이를 향유하라는 것은 언감생심 한가로운 일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들에게 문화예술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이는 꼭 예술을 전공하는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들에게는 필수적인 덕목이자 수단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문화예술이 가장 필요한 청소년기와 청년기에 오히려 문화예술이 가장 멀리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미래의 인력은 창의적이고 통합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며 다양한 문화의 이해와 소통능력 그리고 문제 해결과 남을 배려하는 소양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과학과 기술이 발달 할수록 점차 기능적인 부분은 기계와 시스템이 해결하고 인간 본성의 요소에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문화예술의 가치는 대단히 크다고 할 수 있는데, 문화예술을 잘 향유하고 활용하는 능력은 어릴 적부터 가정과 학교 및 사회에서 다양한 경로의 학습과 경험을 통해 길러진다는 측면에서 문화예술교육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는 단지 학교의 미술, 음악시간을 늘리거나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양적인 증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문화예술교육의 방식과 품질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 실기 위주의 예능교육이나 취미활동의 수준에서 탈피하여 예술 창작의 체험과 향유력의 증진을 꾀할 수 있는 방식을 전제로 한다. 궁극적으로 문화예술이 표현력과 이해력 그리고 소통과 창의력을 기르는 방편으로 의미가 있고 특히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이나 소외감의 해결에도 효과적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그러하다.

또한 저소득층이나 농어촌 등 취약지역의 청소년들도 이런 문화예술교육의 혜택으로부터 소외 되어서는 안 된다.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라는 정책이 폭력과 마약에 노출된 청소년들이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새로운 삶의 희망을 찾고 젊은 예술가들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세계적인 음악가까지 배출한 사례는 문화계와 교육계 심지어 경제계에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의 역할을 오케스트라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풍물패도, 록 밴드도, 연극이나 영화도 할 수 있다. 어려운 형편의 청소년들도 문화예술을 통해 자존감을 가지고 예술가로서의 꿈도 키워나갈 수 있게 하는 환경과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초ㆍ중ㆍ고등학교 시절 문화예술 활동은 반드시 미술, 음악시간에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방과후교실이나 창의적 체험학습, 토요일이나 방학 프로그램, 현장탐방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활발히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일반 과목에서의 문화예술의 활용도 필요하다. 과거처럼 주입식 교육이나 암기식 방법, 기능의 연마나 공식을 외우는 방법이 아닌 창의적이고 문화적인 교수방법이 시행되어야 하는 데 이미 많은 혁신적인 학교와 교사들이 예술을 활용하여 교수법을 성공적으로 개발, 활용하고 있다.

이제 수능 끝난 학생들은 이 절호의 시간에 무엇보다도 많은 문화예술의 체험을 해 보기를 희망한다. 일시적인 체험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문화예술을 일상 속에서 친구로 만드는 계기를 마련하기 바란다. 청소년들은 앞으로 대학에서, 사회에서 자신의 삶의 방향과 만족을 놓고 끊임없이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음악과 미술, 사진과 영화 등에서 그 길과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체험의 중심에 학교가 있다.

이선철 용인대 교수· 감자꽃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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