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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1월 16일] 이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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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1월 16일] 이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입력
2013.11.1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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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철도 전력수급 상황이 녹록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 발전소 건설을 통한 공급능력 확충에는 한계가 있어 전력당국의 수요관리대책 역시 지원금과 절전규제 등의 방안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매년 동·하계마다 반복되는 위기상황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도 없이 국민들의 절전 참여에 의지하여 고비를 넘기는 상황을 언제까지 계속 지켜보아야만 하는지 안타깝다.

현재의 위기상황을 야기한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일까? 그 원인은 전기요금의 가격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는 데 있다고 하겠다. 우선 '전기요금은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가격'이라는 인식과 수용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전기의 공공재적 측면을 충분히 고려하더라도 전기의 시장가치에 정책적 요소가 지나치게 개입됨에 따라 전기요금은 적정 가치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전기는 연료를 연소하여 생산된다. 이로 인해 석유나 가스 등 타 에너지에 비해 생산효율이 낮은 반면 이용효율은 높은 값비싼 고급에너지로 분류된다. 하지만 오랜 시간 비정상적으로 낮은 가격을 유지함에 따라 전기를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술개발과 시설투자에는 둔감해지고, 오히려 상대적으로 비싸진 가스나 석유제품이 지속적으로 전기로 대체되어 가는 실정이다.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2002년 이후 최근까지 10여 년 동안 전기요금은 21% 올랐지만, 등유가격 145%, 경유는 165% 값이 뛰었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등유, 경유 소비는 각각 27%, 57% 줄어든 반면, 전기 사용량은 63%나 늘어났다.

낮은 전기요금을 유지하면서 무조건적으로 전기사용을 줄이라는 캠페인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소비자가 시장가격에 대응해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소비패턴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이제는 가격신호를 제공해야 한다. 낮은 산업용 전력요금은 우리나라 산업을 전력다소비형으로 고착시켜 놓았다. 그 동안 소수의 대기업이 사용하는 산업용전력은 산업경쟁력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비정상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어 왔다. 국가 전체 전기소비자의 약 0.2%인 대기업이 총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산업용에 대한 전기요금 현실화가 선행되어야만 국가적 에너지 소비효율 향상과 이산화탄소 감축 등의 정책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제조업의 제조원가 중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타 원가항목의 지속적인 인상으로 1994년도 1.95%를 기록하던 비중은 2011년도에 1.15%까지 하락하였다. 이는 결국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린다고 해도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판매사업자인 한전이 원가 미만의 가격구조로 인한 손실부담을 최대한 자체적으로 흡수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한전의 당기 순손실이 발생한 2008년부터 현재까지 경영효율화 등을 통한 자구노력은 끊임없이 발표되고 있지만, 누적적자와 부채가 급속하게 증가하는 것은 이러한 사업자의 자체노력으로는 근본적인 처방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월요일에 발표된 한전의 부채대책은 자산 처분과 임금 인상분 반납 등으로 경영효율을 높이겠다는 내용 자체는 평가할 만하나 보는 이를 씁쓸하게 한다. 2008년 이후 국제에너지가격 상승에 따른 발전연료비는 급증하였으나 낮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한전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였으며, 누적적자 규모가 무려 10조원을 넘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따라서 이번 한전이 발표한 대책이 적자의 근본적인 원인인 전기요금 정상화 방안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말은 없고 최근 에너지 공기업에 대한 여론만 의식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피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전기요금 현실화가 병행되지 않고서는 전력공급 불안사태와 이로 인한 국민적 스트레스를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만 하는가? 이제는 정책당국의 합리적인 결정만이 남아있다고 하겠다.

박희천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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