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실시되는 칠레 대통령 선거에서 중도좌파인 미첼 바첼레트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09년 대선에서 20년간 이어져 온 중도좌파 정권을 끌어내린 중도우파 진영의 정권 재창출이 국민 정서상 어려울 것이라는 게 현지의 분위기다. 현지 언론의 관심은 오히려 바첼레트가 17일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할 수 있을지 여부에 쏠려 있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정권에서 희비가 갈린 전직 장군 딸들의 맞대결이라는 선거 구도 역시 관전 포인트다.
최근 실시된 칠레 공공연구센터(CEP) 여론조사에서 바첼레트는 47%의 지지율을 얻어 2위인 중도우파의 에벨린 마테이 후보(14%)를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무소속 프랑코 파리시 후보(11%), 좌파 마르코 엔리케스-오미나미 후보(9%)의 순이었다. 10일 발표된 입소스 여론조사에서도 바첼레트가 35%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고 마테이는 22%를 얻어 2위에 머물렀다. 마테이는 현 세바스티안 피녜라 정권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이 같은 대선 구도는 피녜라 정권의 실정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피녜라 대통령은 20년간의 중도좌파 정권을 막 내리고 중도우파 정권을 탄생시켰지만 효율성만을 강조해 정치와 사회 전반의 개혁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그는 지난달 조사에서 역대 최저 수준인 31%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국민의 외면을 받고 있다. 반면 2006~2010년 칠레 첫 여성 대통령을 지낸 바첼레트는 피녜라 정권의 불평등과 교육제도 등을 꾸준히 비판해왔고 이번 선거전에선 '정권심판론'을 앞세워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이런 가운데 지지율 1, 2위인 바첼레트와 마테이의 인연도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 친구 사이였지만 부친들이 정치적으로 대립하면서 멀어졌다. 바첼레트는 피노체트 정권에 반대하다 숙청된 장성의 딸이고 마테이는 피노체트의 각료를 지낸 페르난도 마테이 장군의 딸이다.
한편 대선과 함께 실시되는 총선이 바첼레트 집권 2기의 개혁 정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총선에선 전체 상원의원 38명 중 20명과 하원의원 120명 전원이 선출된다. CNN은 "바첼레트가 정치와 교육문제 등에서 개혁 조치를 취하기 위해선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며 "과반을 획득하지 못할 경우 바첼레트의 개혁 정책이 무력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내달 15일 결선 투표가 실시된다. 지난 20년간 칠레 대선에서 1차 투표로 승부가 결정된 사례는 한 차례도 없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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