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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데이, 그 이후

입력
2013.11.1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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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1월이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스타가 있다. 올해 나이 서른, 가늘고 긴 몸에 달콤한 초콜릿을 두른 빼빼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롯데제과의 빼빼로는 1983년 4월에 태어나 30년 동안 무려 9,700억원 어치가 팔린 국민과자다. 수량으로 따지면 26억3,000만갑에 해당한다.

특히 빼빼로는 '빼빼로 데이'로 통하는 11월11일이면 화려한 주인공이 된다. 원래 빼빼로데이는 1990년대 여중생들이 과자의 길쭉하고 가는 모습을 보고 '빼빼로를 먹고 날씬해지자'는 뜻에서 과자를 주고 받으며 시작됐다. 이후 해를 거듭하면서 재미로 과자를 주고 받는 사람들이 늘었고, 여기에 기업 상술까지 끼어들며 판이 커졌다. 오죽했으면 빼빼로데이는 2010년 미국 초등학교 참고서에 한국의 대표 기념일로 소개되기까지 했다.

실제 빼빼로데이에 판매된 빼빼로의 양은 1년 판매량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편의점 업체인 씨유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빼빼로의 1년 중 11월(1~11일) 매출 비중은 평균 40.1%에 이른다. 특히 2011년에는 '11년 11월 11일'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불티나게 팔려 한 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덕분에 빼빼로는 여러 번 옷을 갈아 입었다. 2011년 등장한 포장은 뒷면에 메모란이 추가됐고, 지난해에는 포장에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넣으면 바로 배달될 수 있도록 진화됐다.

하지만 '빼빼로 데이'로 통하는 11월 11일이 지나면 스타의 모습은 쓸쓸해진다. 이후에는 찾는 사람이 크게 줄기 때문. 특히 일부러 하트 모양 등으로 예쁘게 꾸민 기획상품이라면 더욱 찬 밥 신세가 된다.

이틀이 지난 14일,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서울 명동 거리 편의점들은 빼빼로 과자류를 계산대 근처나 창고, 골목길 뒤 켠으로 옮겨 놓았다. 하지면 여기서 끝이 아니다.

빼빼로데이라는 무대에서 내려온 빼빼로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을 시도한다. 우선 여러 개 포장한 선물용 상자는 다시 해체돼 낱개로 팔리고, 겹겹이 쌓아서 하트 모양 등 작품에 들어간 제품들은 모두 분해된 뒤 증정 행사때 덤으로 쓰인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자체 제작한 상품 가운데 겉포장 등이 일부 훼손돼 정상 판매가 불가능하면 판촉활동에 활용한다"며 "주로 2개를 사면 1개를 덤으로 주는 행사때 소모된다"고 말했다.

재활용 상품 뿐 아니라 더러 좋은 일에 쓰이기도 한다. 쉽게 과자를 사서 먹기 어려운 불우이웃들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편의점 씨유(CU)와 세븐일레븐 등은 남은 빼빼로를 푸드뱅크에 기부한다. 푸드뱅크는 식품제조ㆍ유통업체 등으로부터 남는 제품을 기부 받아 결식아동, 독거노인 등 사회 소외계층에 전달해 준다. CU 관계자는 "지난해 빼빼로데이 이후 연말까지 약 9,000만원 상당의 관련 상품을 기부했다"고 설명했다.

창고에 넣어 두었다가 1년 뒤 다시 사용하지는 않을까. 빼빼로의 유통기한이 1년이어서 그런 일은 일어나기 어렵다. 초콜릿과자를 먹으며 날씬해지기를 바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비판과 과자업체의 상술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빼빼로데이에 대한 관심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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