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회 본회의에서 결산안과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가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강창희 국회의장이 임명동의안 직권상정 카드까지 제시하면서 여야는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고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건 수사결과 발표로 정국 긴장이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야당은 18일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에서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시위를 벌일 계획이며 이어지는 대정부질문도 벼르고 있어 여야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임명동의안 직권상정’으로 대립 격화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황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과 결산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후보자의 자진 사퇴와 임명동의안을 연계시킬 방침을 밝힌 데 대해 새누리당이‘정치흥정’에 응할 수 없다며 거부의사를 명확히 하면서 처리가 무산됐다. 결산안도 야당의 일부 국회 일정 보이콧에 따른 심사 지연으로 처리되지 않았다.
임명동의안 처리가 난항을 겪자 강 의장은 ‘직권상정’카드로 양당 지도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강 의장은 ‘공직자 임명의 경우 법정 기간 내에 동의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의장이 바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는 인사청문회법 9조를 제시하며 “본회의를 정회해서라도 양당 합의를 기다리겠다”고 여야 협의를 유도했지만 끝내 불발됐다.
민주당의 임명동의 연계 카드에 여당이 ‘국회의장 직권상정’카드로 맞불을 놓으면서 갈등은 격화하는 양상이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표결이 있을 가능성에 대비해 항상 대기하는 위치에 있어줬으면 좋겠다”며 강 의장의 직권상정에 따른 단독 처리 방침까지 시사했다.
민주당은 격한 표현을 써가면서 즉각 반발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사퇴시켜야 할 후보자를, 또 사퇴하겠다고 약속한 후보자를 지키기 위해서 다른 의안을 날치기로 상정하겠다고 하는 것은 사실상 또 한번의 국회유린이고 날치기 본능이 살아난 것”이라며 “결코 그런 일이 있어선 안될 것이라는 것을 밝힌다”고 말했다.
사실상 여야 합의로 임명동의안 처리가 어려운 가운데 새누리당은 다음주 중 열리는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할 수 있다는 방침이어서 대충돌도 배제할 수 없다.
다음 주 여야 대충돌 가능성도
여야 대치는 이날 검찰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 수사결과 발표와 맞물려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민주당이 검찰 수사결과에 반발하며 특검 카드를 더 강하게 밀어붙일 기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범계 의원 등 민주당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관련 진상규명대책단은 이날 “대화록 유출과 유통, 전문공개 등 관련한 모든 것을 포함하는 특검을 도입, 국기문란행위를 단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18일 시정연설과 19일부터 이어지는 대정부 질문에서도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을 쟁점으로 삼아 대여 투쟁 강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수위나 내용이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의 본래 취지대로 예산안 편성의 당위성 등을 설명하면서 정부의 국정 방향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데 국한한다면 대치정국의 장기화가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예산안 처리는 물론 시급한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해 박 대통령이 특검 문제 등 정치 현안에 대한 진전된 입장 표명으로 야당 달래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