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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은의 통화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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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은의 통화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입력
2013.11.1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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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금통위 날이라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결정한 지난 14일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한 말이다. 최근 한국은행 통화정책에 대해 금융시장의 관심이 얼마나 멀어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이날 국내 금융관계자의 관심은 온통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후보자의 인준 청문회 발언에 쏠려 금통위 결정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옐런은 이 자리에서 경기부양을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밝혀 전세계 시장에 안도감을 줬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전세계 금융시장이 실시간으로 상호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Fed가 시작한 이른바 '양적완화'정책이 장기화하자, 전세계 중앙은행의 Fed에 대한 의존도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 Fed 의장은 전세계의 경제대통령이 됐으며, 각국 중앙은행은 전세계 자금시장에 엄청난 파문을 가져 올 Fed의 출구전략을 앞두고 자국 경제상황에 맞는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 역시 한국은행 총재보다는 Fed 의장의 말에 좌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무슨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 그냥 미국처럼 우리도 금리 내리자"며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수행할 필요성이 없다는 의견마저 나온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한국은행의 역할과 역량이 중요하다. 특히 대외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우리 경제상황에서는 글로벌 경제 상황을 충분히 감안하면서도 국내 경제의 건전성과 안전성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는 한국은행의 분석ㆍ정책 역량이 더욱 간절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이 독자적인 금리와 환율 정책을 펼쳐 경기를 적절히 조절하고 있는 호주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2010, 11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금융위기 직후 내렸던 금리를 나 홀로 정상화해 부동산 버블을 잡았고, 호주달러 강세를 유도해 경기과열을 방지했다. 올해는 중국의 원자재 수요 감소로 경기가 나빠지자 금리를 크게 낮췄고 호주달러는 약세로 전환해 경기 부양을 뒷받침하고 있다.

여태까지 우리나라에서의 중앙은행 독립성 논의는 정부나 임명권자로부터의 독립성에만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Fed로부터의 자율성을 말할 때가 됐다. Fed가 철저히 미국 국민을 위한 통화정책을 펴고 있는 것처럼,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경제전문가의 말처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모든 변수를 다 감안해 펼쳐야 하는 '종합예술'이 돼 가고 있다. 이 종합예술의 총감독이 얼마나 뛰어난 역량을 가져야 하는지는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최진주 경제부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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