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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호감·반감 갈리는 닥터테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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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호감·반감 갈리는 닥터테이너

입력
2013.11.15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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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 불면증이 생기면 치매에 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정말 그럴까. '의학 토크쇼'를 표방한 jTBC의 '닥터의 승부'는 9월 29일 방송에서 분야별 전문의 11명에게 이 속설의 진위를 물었다. 결과는 4대 7. '그렇지 않다'는 의사가 더 많았다. 넘쳐나는 의학 정보 속에서 정확한 사실을 알고 싶은 시청자들에게 평소 쉽게 만날 수 없는 의사들의 견해를 여과 없이 전달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요즘 방송사마다 의사가 등장하는 예능 프로그램 한두 개씩은 꼭 있다. 재치 있는 입담과 개성 있는 행동으로 연예인 못지 않게 인기를 누리는 의사들도 생겼다. '닥터테이너(Doctor+Entertainer)'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을 향한 의료계의 시선은 그러나 곱지만은 않다. "나설 자리 안 나설 자리는 가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마저 나온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닥터테이너와 명의는 구별돼야 한다는 점이다.

의사가 방송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하는 경우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과거엔 대부분 의학 정보를 단순히 설명하는 역할에 그쳤다. 하지만 요즘엔 의사도 연예인처럼 캐릭터를 입는다. 예를 들어 '닥터의 승부'에서 "만성 불면증은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주장을 내놓고는 사투리 섞인 구수한 억양으로 "내가 치매 얘기하면 신뢰가 가겠나"던 한 대학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털털한 아저씨 이미지다. 한 내과의원 원장이 술이 불면증에 도움 된다는 속설이 틀렸다는 주장을 내놓자 "그럴 수 있느냐" "배신 아니냐"며 패널 연예인들이 시끄러워진다. 이 원장이 평소 애주가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의학 정보와 무관한 예능 프로그램에선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SBS '백년손님 자기야'에 출연해 실제 일상 생활과 가족들을 공개하며 장모를 살뜰히 모시는 모습을 보여준 한 피부과 전문의는 '국민 사위'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온라인 매체들은 마치 연예인처럼 이 의사의 언행을 하나하나 앞다퉈 기사화한다.

의사가 캐릭터를 입고 인기와 유명세를 얻을수록 그 병원엔 환자가 몰린다. '방송에 많이 나오는 의사=진료 잘 하는 의사'로 여기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방송에서 의사를 섭외할 땐 학문적 성과나 진료 실력만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제작진이 의학을 공부하지 않고서야 그런 의사를 가려내기도 어렵다. 유명하다는 병원이나 아는 의사 추천 등을 통해 섭외하는 게 보통이다. 한 광고홍보회사 대표는 "방송가에선 말 잘 하고 유머도 살릴 줄 아는 의사를 선호하기 때문에 출연 결정 전 이른바 '스타성'을 테스트해보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한 의학 정보 프로그램 PD는 "의사들 말로는 방송 출연 후 병원 이름이 알려져 환자가 확실히 늘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러니 방송에 나가고 싶어하는 의사들이 줄을 선다는 후문이 의료계 내부에 공공연하다. 경영이 어려운 일부 개원의들은 비용을 내고서라도 출연하려 한다는 것이다. 의사들에겐 '셀프 마케팅' 기회인 셈이다.

물론 의사들의 방송 진출이 가져온 긍정적 측면도 있다. 어려운 의학 정보를 직접 의사를 통해, 그것도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의사 하면 떠오르던 딱딱하고 권위적인 이미지도 한결 친근하고 부드럽게 바뀌고 있다. 의학 정보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는 의사들은 진료에 도움이 될 때도 있다고 말한다. "환자의 눈높이에서 나올 수 있는 생각지 못한 질문에 대해서도 외국 논문을 찾아가며 답변할 준비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의학과 무관한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대한 의료계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권위를 낮추고 친근감을 주는 것도 어느 정도 선이 있어야 하지 않냐"며 "지식인으로서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더 큰 문제는 환자들에게 돌아올 수 있는 피해다. 한 프로그램에서 '뜬' 의사는 다른 방송사에서도 섭외 1순위가 된다. 그만큼 진료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방송 출연이 잦은 한 개원의의 병원에선 환자들에게 "원장님 방송 일정 때문에 진료 시간이 매일 바뀐다"며 꼭 사전 예약을 요구한다. 방송에 출연한 의사가 특정 제품을 아예 대놓고 소개하기도 한다. 종합편성채널의 한 프로그램에선 피부과 전문의들이 "동안 피부를 만들어준다"는 연고를 들고 나와 제품명까지 상세히 언급해 빈축을 샀다. 화장품보다 효과가 좋은 만큼 부작용 역시 클 수 있다는 게 의학적 사실인데 말이다.

최근 일부 의사들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송현곤 상근부회장 겸 대변인을 통해 "(출연 여부는) 의사 개인이 판단해야 할 문제"라면서도 "전문가이기 때문에 더 높은 윤리 기준을 회원들 스스로 가져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원칙"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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