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문제의 인물로 부각됐다. 문 후보자는 지난 12일 청문회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재직하면서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쓴 부분이 드러나면 사퇴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사적 유용이 사실로 밝혀졌는데도 해명하지도 않고 사퇴하지도 않고 있다. 부적절한 처신이 아닐 수 없다.
공적 업무를 위한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쓰는 것은 그 자체로 결격 사유다.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처신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 후보자의 경우 횟수와 액수가 그냥 넘기기 어려울 정도다. 민주당 이목희 의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아내와 아들의 생일 등에 7,000여만원을 썼고, 사용규정이 생긴 지난해부터만 따져도 그 액수가 1,468만원이나 된다고 한다.
청문회의 원조인 미국에서도 우리 정치권이 보기에는 사소한 문제로 낙마한 장관 후보자들이 즐비하다. 1989년 존 타워 국방장관 후보자가 평소의 과음이 문제돼 낙마했고, 1993년 첫 여성 법무장관 후보자인 조 베어드, 2001년 린다 차베스 노동장관 후보자, 2004년 버나드 케릭 국토안보부 장관 후보자 등이 불법이민자 고용으로 물러났다. 2008년 상무장관으로 내정된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는 기업과의 유착 의혹으로, 미 상원 원내총무까지 지낸 톰 대슐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세금 미납으로 사퇴했다.
더 큰 문제는 문 후보자가 법인카드의 사적 유용을 해명하지 못하면 사퇴하겠다고 해놓고 이를 지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인 간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비난을 받는데, 청문회에서 사퇴를 운운해놓고 '나 몰라라'하는 태도는 국회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국민을 능멸하는 오만에 다름 아니다. 문 후보자가 버티면 버틸수록 인사권자에 부담이 되고 원만한 국회운영에도 차질을 초래할 것인 만큼 스스로 사퇴하는 게 상식이자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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