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는 멍멍 / 고양이는 야옹 / 새는 짹짹 / 쥐는 찍찍 / …… / 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소리가 있지 / 여우는 어떻게 울지?'
'제 2의 강남 스타일'이라 불리며 큰 인기를 얻은 노르웨이 코믹 듀오 일비스의 '왓 더스 더 폭스 세이'(여우는 어떻게 울지?)의 가사다. '와파파파파우' '하티하티하티호' '욥촙촙촙촙촙' 등 온갖 괴성이 난무하지만 노래가 끝나도록 정작 여우의 울음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순 없다.
전직 기타리스트였던 생태음향 전문가 버니 크라우스는 우리에게 보다 원초적인 질문을 던진다. 재규어가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 개미가 '노래하는' 소리를 아는지, 다양한 해변들이 내는 소리의 차이를 인식할 수 있는지. 를 읽다 보면 도시인들이 듣는 자연의 소리가 극히 제한돼 있음을 절감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은 자연의 소리'라는 전제에 동의한다면 크라우스가 안내하는 경이로운 여정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 자연의 소리에 매혹되기 전 그는 스튜디오 세션 기타리스트로 출발한 작곡가 겸 TVㆍ영화음악 음향 전문가였다. 도어스, 스티비 원더 등과 함께 작업했고, 영화 '지옥의 묵시록' '악마의 씨' 등의 음악과 효과음 제작에 참여했다. 동료와 듀오를 결성해 활동하기도 했는데, '야생의 보호구역에서'라는 제목의 음반을 준비하러 갔던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뮤어우즈 숲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책에는 자연의 소리에 매혹돼 툰드라에서 사막, 보르네오 원시림까지 40여년 간 지구 전역을 누비며 자연의 소리를 수집한 저자의 통찰이 녹아 있다. 크라우스는 자연의 소리 풍경이 천 장의 사진에 맞먹는 가치를 갖는다고 주장한다. 2차원적인 사진과 달리 소리는 공간과 깊이, 시간을 담은 4차원적인 증언이기 때문이다. 이는 저자가 간벌 전후 숲의 소리 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책으론 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불평할 필요는 없다. 저자가 독자를 위해 마련한 웹사이트(www.thegreatanimalorchestra.com)에서 각 장 별로 정리된 주요 음원들을 들을 수 있다.
크라우스는 자연의 소리가 무질서하고 혼란스런 소리의 집합이 아니라 다양한 생물종이 어우러진 하나의 오케스트라라고 주장한다. 음악이 자연의 소리 풍경에서 기원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저자의 관심사는 이렇게 자연의 소리를 녹음하는 것을 넘어 음악의 요소들, 한 단계 더 나아가 음악의 기원에 관한 질문으로 옮겨 간다.
인간은 자연에게서 음악을 선물 받았지만 답례로 '청각적 쓰레기'이자 '낭비된 에너지'인 소음을 내던졌다. 책의 후반부 두 개의 장에서는 소음이 생태계와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살핀다. 아파트의 층간 소음이 사회적 스트레스가 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음은 점점 뚱뚱해지고 있지만 자연의 소리 풍경은 점차 홀쭉해지고 있다. 크라우스는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의 예를 들며 자연에 개입하는 일을 줄인다면 사라진 야생의 풍경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의견을 내놓는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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