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은 좋은 것이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미국 영화 '월스트리트'에서 금융가 고든 게코가 남긴 이 대사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엔 '금융=탐욕=불평등ㆍ파멸'이란 공식이 자리잡고 있다.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책임자인 금융인이 여전히 고액 보너스 잔치를 벌이는 것을 목격한 이후 그 공식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고 있다.
그런데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는 신간 에서 금융과 탐욕을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글로벌 금융 위기는 금융이 탐욕의 체제여서 발생한 일이 아니라, 탐욕이나 편견 같은 인간의 속성을 적절히 제어할 장치를 갖추지 못한 불완전한 시스템이어서 벌어진 일이라고 진단한다. 한마디로 금융을 더 가다듬으면 이 책의 원제목인 '금융과 선한 사회'의 공존이 가능할 뿐 아니라 금융이 선한 사회를 위한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은행은 19세기 돈 없는 사람들의 상호부조를 목적으로 조직했던 저축대부조합의 정신으로 돌아가 가난한 사람을 위해 문턱을 더욱 낮춰야 하고, 정부는 저소득층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에게 인센티브를 줘 장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쉴러는 이를 '은행의 민주화'라고 부른다. 또 보험은 경제적 나락에 빠져들 것에 대한 두려움 없이 사람들이 좀 더 모험적 시도를 할 수 있도록 포괄적인 보장이 가능한 상품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제안한다.
쉴러가 내놓은 제안들은 금융자본주의 한계에 대한 근원적 해결책은 아니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치유책이다. '금융을 선하게 만들겠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금융권에 더 많아진다면 그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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