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한옥에서 소반은 주방의 필수품이었다. 부엌과 방이 떨어져 있다 보니 음식을 나르는 데 소반을 썼다. 가볍고 튼튼한 나무로 만드는데, 단순 소박하면서도 요샛말로 미니멀한 아름다움이 특징이다. 호랑이, 개 등 동물의 다리 모양으로 상 다리를 붙여 멋을 내기도 했다. 지역마다 형태가 조금씩 달라서 해주반ㆍ통영반ㆍ나주반 등으로 구분한다.
조선의 아름다운 소반 40여 점을 선보이는 전시가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에서 열리고 있다. 삼성미술관 리움, 간송미술관과 함께 국내 3대 사립 박물관으로 꼽히는 이 박물관이 마련한 테마 특별전의 하나다.
이번 소반전은 2010년'조선의 디자인 Ⅰ-목가구'전의 후속이다. 붉은 칠, 까만 칠을 하거나 나전칠기 장식으로 화려하게 만든 것은 빼고 순수한 나뭇결이 돋보이는 것만 골라 내놓았다. 대부분 처음 공개되는 것들이다.
소반과 나란히 테마 특별전으로 소개하는 또다른 주제는 향로와 도자다. 각각 40여 점을 전시한다. 3개의 전시실을 차례로 돌면, 전체를 감상할 수 있다.
향을 피울 때 쓰는 향로는 사찰에서 많이 쓰는 것이지만, 조선 시대 문인들이 정신을 맑게 하는 방편으로 향을 쓰기도 해서 그리 낯설지 않다. 세발솥 모양, 굽다리 대접 모양, 손잡이가 달린 것, 벽걸이형, 사자 같은 동물이나 사물의 모양을 본딴 것 등 형태가 다양하고 재질도 금속, 백자, 분청사기 등 여러 가지다. 이번 전시는 이렇듯 다양한 형태와 재질의 향로를 엄선해 두루 보여준다는 데 가치가 있다. 12세기 청자 향로, 15세기 흑자 향로와 분청사기 향로 등 고려와 조선의 것들을 한데 모았다.
연계 전시로 조선 전기 불화 3점을 같은 전시실에 걸었다. 그중 선조 13년(1580) 그림인 '지장시왕도'는 이번에 처음 공개하는 것이다. 호림박물관 박준영 학예사는 "현존하는 조선 전기 불화 120여 점 가운데 지장보살을 그린 그림은 23점 정도"라며 "이번 지장시왕도는 국내에 드물게 보존된 조선 전기 불화로, 이 시기의 지장시왕도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 테마, 도자는 12세기 고려청자부터 조선시대 분청사기, 19세기 청화백자까지, 다양한 문양과 기법의 명품을 엄선했다. 도자기 컬렉션으로 유명한 이 박물관의 국보ㆍ보물급 도자기를 비롯해 근래에 새로 수집한 도자기들을 볼 수 있다.
세 가지 테마로 지난 7일 시작한 이번 전시는 내년 2월 28일까지 이어진다. 성인 8,000원, 청소년 5,000원. 매달 마지막 목요일은 무료 개방. (02)541-3525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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