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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의 만남] 194개국 여행 한국인 최다기록… 이번엔 남극답사 이해욱 KT 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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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의 만남] 194개국 여행 한국인 최다기록… 이번엔 남극답사 이해욱 KT 전 사장

입력
2013.11.1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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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동안 남극 구석구석인터넷 뒤져 겨우 찾아낸 상품… "혼자서, 미쳤냐" 주변선 걱정도킹펭귄·코끼리해표 수십만마리… 사우스조지아섬의 장관 설렘 커● 진정한 여행이란현지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을 기록 위해서 가는것은 무의미함께 마주하고 머문기억 있어야 TV·인터넷으론 절대 못느낄 매혹● 죽을 고비도 있었지만…살아있는 한, 기력있는 한 계속… 이라크·소말리아·아프간 못가봐국가적 기록 위해서도 꼭 가볼 것… 앞으론 지역코드 따라 여행계획

체신부 차관을 지낸 이해욱(75) 전 KT 사장은 한국에서 가장 외국여행을 많이 한 사람으로 공인받았다. 2012년 유엔이 인정한 전세계 독립국가 195개국 가운데 192개국을 여행해서 한국기네스협회에 의해 전세계 모든 나라를 여행한 최초의 한국인으로 인정받았다. 못 가본 나라는 정부에서 여행을 금지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가 전부. 2011년에는 남수단이 독립하자 그곳을, 올해는 분리독립을 재선언한 남예맨까지 찾아서 이제 그가 방문한 나라는 194개국에 이른다.

행정고시 1회 출신의 관료로 체신부 사무관이던 1971년 일본을 시작으로 외국 출장을 갈 때마다 쉬는 시간이면 현지 명소를 찾아다닌 그는 93년 공무원을 퇴직하고 산부인과 의사이던 아내 김성심(74)씨와 유럽배낭여행에 나섰다. 이후 KT사장과 이사장, 한화정보통신 회장을 맡으며 2003년 완전히 은퇴할 때까지도 쉬는 시간이면 세계 구석구석을 답사하는 데 온 시간을 쏟았다. 여행 다닐 때마다 인터넷으로 온갖 자료를 찾아서 공책 한권 분량의 답사노트를 만들어 가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서울 강남역 가까이 있는 그의 오피스텔에는 그가 인터넷에서 찾은 현지자료가 바닥부터 의자높이까지 그득했다. 희귀지역을 다니다보니 인터넷으로 여행상품도 직접 검색해서 예약까지 한다. 15일에는 드디어 남극 여행에 나선 그를 만났다.

-하필 추워지는데 남극을 가세요?

"남극은 11월부터 3월이 여름이에요. 지금 이때만 여행을 갈 수 있습니다. 나머지 계절은 너무 추워져서 연구 목적이나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가는 게 아니라면 힘들어요. 이 계절에 킹펭귄이나 코끼리해표같은 남극 특유의 동물들이 수십만 마리가 모여들어서 장관을 이루거든요."

-남극 가기는 쉬운가요?

"국내서는 여행 상품이 나오는 게 없어요. 제가 원하는 장소를 가는 곳은 세계적으로도 일년에 한 두 개 정도가 나와요. 인터넷 검색을 해서 겨우 찾아냈어요. 미국이나 스웨덴에 있는 크루즈 회사에서 전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모객을 하니까 아르헨티나 남쪽 끝의 우스와이야 항구까지는 혼자서 가야합니다. 거기서 남극 가는 크루즈가 출발합니다. 한국에서는 중남미 대륙으로 곧장 가는 비행기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까지 뿐이라 우선 아메리카에어라인을 타고 미국 댈러스로 가서 거기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갔다가 국내선을 타고 우수와이야로 갑니다."

-시작부터 쉽지 않네요. 무얼 보려고 남극을 가시는 건가요?

"영국하고 아르헨티나 분쟁지역이었던 포클랜드를 가보고요. 사우스조지아섬이라는 데를 갑니다. 아까 이야기한 킹팽귄이니 코끼리해표의 보고가 여기입니다. 이 사진 좀 보세요. 이런 게 수십만 마리가 올라오는 걸 실물로 보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어니스트 새틀턴이라는 탐험가 이야기 들으셨지요? 남극을 탐험한 사람이 아문젠하고 스톡하고 새틀턴, 세 사람 아닙니까? 아문젠이 남극점을 했기 때문에 이 사람은 남극 반도를 탐험하려고 했어요. 거기를 가다가 얼음이 얼어서 다 못 가니까 6명만 눈덮힌 얼음산을 넘어서 사우스조지아섬까지 왔다가 넘어간 거예요. 570여일만에 구조가 된 겁니다. 그때는 새틀턴이 살아났는데 몇 년 뒤 다시 거기를 가다가 배에서 급사를 했어요. 이 섬에 새틀턴의 무덤도 있고 박물관도 있고 이곳이 또 포경기지로 굉장히 유명했던 곳이에요. 사우스조지아섬의 끝단에 있는 그리트비켄항구에서 한때는 미국과 영국의 포경선이 고래를 6만마리나 잡아갔다는 기록이 있어요. 사우스조지아섬을 보고 남극에 두 군데 정도 더 상륙을 한 후 드레이크 해협을 돌아서 오는 일정입니다. 서울서는 15일 출발하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사는 친구 집에서 이틀 묵고 우수와이야에는 19일에 도착해서 배를 타고 남극만 19일 동안 돌아봅니다. 그 다음에 다시 거꾸로 서울로 돌아오는 거지요."

-와,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닌가요?

"하하. 친구들은 다 그럽니다. '너 미쳤냐, 일행과 가도 어려운데 혼자서!' 아내도 이번에는 안 가는 이유가 애들이 반대를 해요. 한국에서 걱정하는 저희들도 생각해달라는 거지요."

-그동안 세계여행은 아내와 함께 하셨지요?

"93년에 (체신부 차관으로) 퇴직하고 아내와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시작했어요. 저는 체신부 공무원을 하면서 45개국을 다녀봤거든요. 초등학교 동창인 아내는 장인어른이 그 옛날에 미국유학을 마치고 귀국할 때 귀한 달러로 고향집 살림에 보태는 대신 유럽여행을 하고 돌아왔을만큼 여행유전자를 물려받았는데도 신림역 삼거리에서 산부인과 병원을 개업하고는 일에 바빠서 한 군데도 외국 여행을 못했어요. 그래서 같이 배낭여행을 가자고 했지요. 유럽 돌고 중남미 돌고 남태평양 돌고 아시아는 패키지로 다니고. 아프리카도 북아프리카와 동부쪽은 안전해요. 그런데 서부사하라와 그 아래 서부 지역은 분쟁이 계속 일어나고 언제 피격될지도 모르니까 위험하다고 딸들이 말려요. 그래서 결국 그곳은 저 혼자 갔다 왔어요. 이런 데는 여행상품도 없어서 일본인들이 가는 걸 같이 따라다녔어요."

-일어는 좀 하시고요?

"저희 세대는 초등학교 1학년 한 학기만에 해방이 됐거든요. 일어는 전혀 모릅니다. 새로배웠지요. 현직에 있을 때 IT에 대한 책을 읽으려면 영어보다는 일어가 한국어와 어순이 비슷하고 한자어가 같으니까 쉬웠어요. 남보다 빨리 책을 보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읽는 것만 한 거지요. 은퇴하자마자 1년 6개월 동안 일어학원을 다니면서 회화를 배웠어요. 그래봤자 나이가 있는데 용감한 거지요. 일본 사람하고 여행도 다니고. 영어도 그렇습니다. 고등학교 때 배운 게 다예요. 그때 영어 그렇게 잘했다고 잘난 척 하는 거냐 하는데 짧은 실력으로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저희 때는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유학을 갈 수 있었어요. 그때 아메리카 드림에 젖어서 유학을 가겠다고 미군들이 가르치는 영어학원에 다녔어요. 수업시간에도 교과서 안에 영어책 감추고 선생님이 칠판 글씨 쓰면 영어공부 했어요. 결국은 정책이 바뀌어 대학(서울대 상대)을 갔지만요. 40년전에 배운 영어가 오죽하겠어요. 공무원 생활 할 때는 통역이 있으니 쓸 일 없었고요. 그런데 그걸로 여행 다니는 데에 지장이 없어요."

-겸손한 말씀과 달리 책꽂이에 꽂힌 영어여행책, 일어여행책, 비디오, 그리고 인터넷서 찾는 자료도 다 일어 영어신데요.

"제가 쓰는 건 못해도 검색은 귀신같이 잘해요. 하하하. 건강 때문에 저녁은 안 먹고 하루 두끼를 먹어요. 점심을 느지막이 먹고 오후 3시쯤 이곳에 나와서는 밤 9시까지 자료 찾아봐요. 외국인이 가이드하는 여행을 하니까 놓치는 게 있으면 안되잖아요. 미리 자료 찾고 사진도 빠른 시간에 멋지게 찍으려면 남들이 잘 찍어놓은 것도 미리 봐두고. 이 ○○을 하고 있으니 아내가 걱정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아직도 가보고 싶은 곳이 많아서 참을 수가 없어요. 하하하"

-남극여행은 언제부터 준비하셨어요?

"3개월 됐습니다. 북극은 갔다 온 적이 있거든요. 남극은 반도가 있지만 북극은 반도가 없잖아요. 주변 나라만 있지. 북극권인 그린랜드나 덴마크의 섬도 갔고 핀란드에도 산타클로스 마을이라는 로바니에미를 갔더니 바닥에다가 선을 그어놓았더라고요. 사람들이 엉금엉금 넘어갔다 와서 왜 그러냐니까 북극땅이라 하더라고요. 그래서 매니아들은 북극점을 가야 한다 그러지만 그건 쇄빙선을 타고 가거나 비행선을 타서 얼음빙하에 착륙을 합니다. 아무 것도 없고 거기 오는 사람들 머물라는 천막만 있거든요. 현지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을 기록을 위해 가는 것은 의미없다고 여겨집니다. 그래서 남극도 극점이 아니라 남극의 분위기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갑니다."

-준비 단계부터 남극여행은 다른가요?

"상세한 의사진단서가 있어야 해요. 보험도 나이든 사람은 고액보험을 들라고 요구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헬리콥터 타고 멀리까지 후송해야 하니까요. 장갑을 세 켤레 준비해라, 구두는 두 켤레 챙겨라, 비상약은 스스로에게 맞게 챙겨라, 그런 준비물들이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대신 두꺼운 파카와 부츠는 준다고 합니다. 다른 여행 때는 현지에 대해서 한 권짜리 답사노트를 만들어가는데 남극여행은 두 권으로 준비했습니다."

-갔다는 기준은 수도는 가야 하는 건가요? 땅만 밟으면 갔다고 하는 건가요?

"그건 나라마다 다릅니다. 그래도 땅만 밟은 걸 갔다고 하진 않아요. 2005년 투발루에 갔을 때 기체고장으로 회항을 했어요. 70년대에 브라질에서 만든 소형비행기니 오죽하겠어요. 내일 다시 비행기를 고쳐서 간다 그러는데 저는 안 갔어요. 일행에 저보다 더 많은 데를 다녔다는 일본 여행가가 있었는데 자기는 가겠다, 스탬프만 찍고 오겠다 그러더라고요. 저는 2009년에 제대로 투발루를 다시 갔습니다. 북한이야 금강산 갔다온 걸로 치긴 하지만 적어도 거기 사람들과 마주치고 머문 기억은 있어야 여행한 걸로 쳐요. 2003년인가요? 세르비아로 가면 몬테네그로로 나오게 되어있거든요. 그런데 못 들어가게 하는 거예요. 너희나라에 사스가 퍼져서 안된다는데 가만히 보니까 일본 관광객은 보내더라고요. 가이드가 항의를 하고 대사관까지 전화를 바꿔서 늦게야 통과가 됐어요. 섟癰???遠?코토르라는 곳에 도착하니 깜깜한 밤이에요. 어딜 가든 작은 기념품을 사고 반드시 우편엽서를 사요. 땅은 밟고 코토르 식당에서 밥을 먹었으니 갔다온 걸로 쳐요."

-이제 금지국 3국을 빼면 더 갈 곳은 없나요?

"또 있습니다. 여행가들이 가는 나라 숫자는 자기 만족으로 하기 때문에 구구각색이에요. 그런데 여행기록을 삼으려면 엄격한 기준이 있어야 하잖아요. 우선 유엔가입국으로 했고 그게 다 끝난 셈이니까 이제는 지역코드로 가보려고 해요. 우리나라는 두 자리로는 CO 세 자리는 KOR, 일본은 JP, JPN으로 붙이는데 이런 지역코드를 ISO1633이라는 곳에서 결정을 합니다. 인터넷 세상에서 이 코드를 갖고 해서 재미있는 일이 많잖아요. 투발루는 TV라서 미국에서 방송국 하는 사람들이 돈 주고 이 주소를 사가서 가난한 나라가 엄청나게 돈을 벌어서 활주로도 만들고. 투발루는 독립국가지만 국가 아니어도 독립성 있고 자치성이 인정되면 고유코드가 붙어요. 대만도 유엔가입국은 아니거든요. 홍콩 마카오 포클랜드도 나라는 아니지만 고유코드는 따로 있어요. 큰 데는 남수단도 있고요. 국가를 제외하고 273군데인가 있는데 사람이 갈 수 있는 곳은 145개 지역으로 조사가 되고 있어요. 이제 거기를 가보려고요. 코드가 되어 있다는 것은 나름대로읜 역사가 있다는 겁니다. 독자성이 있어요. 이미 40여개 지역은 다닌 것 같아요."

-방송과 인터넷으로 모든 정보가 다 나오는데도 현지를 가는 경험은 특별히 다른가요?

"그럼요. 뭉크의 '절규'를 직업 보면 정말 다르지요. 렘브란트의 '야경꾼'을 대충 보고 지나친 게 후회되어서 제가 현대미술관에서 3년동안 미술공부를 했어요. 라쿰바르시타가 처음 연주된 곳에서 그 음악을 듣는 기분, 우리에게는 안 알려져 있지만 소박하게 그러나 국민들은 아주 잘산다는 느낌을 주는 파라과이. 여행지 사람들의 따뜻함, 엉뚱함, 유쾌함, 여행에서 겪는 건 텔레비젼으로는 절대 못 느껴요."

-직접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배낭여행을 다니니 뜻밖의 일도 많이 겪지 않나요?

"그렇지요. 아르헨티나에 가서 코르도바 호텔에 예약한 줄 알았더니 스페인의 같은 이름에 예약한 것이었고 코르시카에서는 항구에 도착하니 렌터카가 다 나가서 나폴레옹 유적지를 못 볼 판인데 지나가던 현지인이 자기 차로 태워준 적도 있고요. 학술회의 온 교수의 권유로 그들의 버스에 묻어서 여행을 즐긴 적도 있습니다. 키프로스 섬에서는 터키가 지배하는 북키프로스를 못 가게 하는 담당직원한테 속을 뻔했다가 프랑스인은 가는 걸 보고 따져서 찾아가기도 하고요. 거기가 셰익스피어 의 무대거든요."

-제일 힘든 건 뭔가요?

"비자를 얻는 일이요. 재작년에 케이먼아일랜드 비자를 얻는 데는 40일이 걸렸습니다. 이런 나라들이 페이퍼컴퍼니로 돈을 벌다 보니 걸리는 게 많아서 그런지 정말 오래 걸리더군요. 어떤 곳은 현지에서 비자를 빙자해서 돈을 요구하는 일도 있습니다."

-다니면서 건강 때문에 문제가 된 건 없나요?

"2006년에 지부티 에리트리아 수단을 다녀온 다음이었어요. 다닐 때는 멀쩡했는데 도착해서 나흘 뒤에 아침에 일어나니까 열이 굉장히 나요. 아내랑 병원에 갔어요. 병원 수속을 밟는 동안 저는 의자에 머리를 기대고 엎드려 있었는데 깨보니까 침대에 누워있고 의사와 와이프가 보고 있어요. 고열에 의식을 잃어서 응급조치를 했다는 거예요. 패혈증에 걸려서 닷새동안 응급실서 치료받고 퇴원했습니다. 열이 많이 나고 종아리 절반 아래가 아주 새빨갛더니 그게 매일 점점 올라오는 거예요. 혈관감염 이유를 찾느라 50여가지를 조사했다고 해요. 자칫하면 죽을 고비를 넘긴 거지요."

-그러고도 또 여행을 가셨어요?

"갔죠. 그 고생을 하고 넉 달 뒤에 짐바브웨 보스와나 탄자니아를 갔어요. 하하"

-그런 걸 겪고 나면 굉장히 겁이 나서 다시는 안 갈 것 같은데요."

"아니요. 멀쩡하면 또 가고 싶고."

-언제까지 여행하실 거예요?

"살아있는 한, 기력이 남아있는 한. 다음 여행지도 벌써 잡아놓았어요. 영화 '바운티호의 반란' 무대가 되는 피트카인아일랜드예요. 요즘 여기 공부 많이 합니다. 선상반란 일으킨 선원들이 숨어들어 세운 나라인데 인구가 50명이에요."

서화숙 선임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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