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중인 중소기업범위 개편을 놓고 중소기업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개편이냐'는 항변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는 상시 근로자수와 자본금, 매출액 등을 기준으로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분류하고 있다. 이중 매출액은 연간 1,500억원(제조업 기준)이 분기점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청이 마련한 개편안은 분류기준을 매출액으로 단일화시켜 800억원 미만인 기업만 중소기업으로 인정하고 있다. 가급적 많은 기업들에게 중소기업 '졸업'기회를 부여, 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으로 이어지는 '성장사다리'를 놓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의 반발은 물론 전문가들의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14일 서울 상암동 중소기업DMC타워에서 열린 '중소기업 범위개편 토론회'에서 임채운 서강대 교수는 "(매출기준 하향조정으로) 비교적 큰 중소기업들이 이탈할 경우 '중소기업=작고 영세한 기업'이란 이미지가 고착화돼 인력유입 등에서 상당한 애로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개편안이 관철될 경우 1,300개 기업이 중소기업 지위를 상실, 중견기업으로 편입된다. 이 경우, 중소기업으로서 누리던 세제 금융 등 정책적 혜택이 하루아침에 박탈돼 산업현장에서 심한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개편안대로라면 우리나라 중소기업비중은 현재 99%에서 97.6%로 낮아지게 된다. 중앙회 관계자는 "일본 미국 독일 등 대부분 선진국들은 중소기업 비중이 99%이상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자연졸업 등을 감안할 때 현재 비중을 유지하려면 매출액 기준을 낮출 게 아니라 오히려 2,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계는 중기청의 이 같은 범위개편이 수치목표달성을 위한 '꼼수'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중기청이 올해 업무보고에서 '중견기업 4,000개 육성'목표를 내걸었지만 현재 경기 여건상 불가능해 보이자 중소기업범위 개편을 통해 억지로 중견기업의 수를 늘리려는 편법을 쓰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중기청측은 "정부의 보호와 지원을 받기 위해 성장을 기피하는 중소기업계의 '피터팬 신드롬'을 해소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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