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위대하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해 분투하겠다."
지난해 11월 15일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18기1중전회)를 통해 취임한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의 일성이었다. 그는 이날 당권을 넘겨 받은데 이어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도 함께 이양받아 군권까지 장악했다. 이는 전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이 총서기가 된 뒤 2년이 지나서야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물려받은 것과 확연하게 다른 것이었다. 이 때부터 시 총서기가 예상보다 강한 권력을 쥔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었다.
시 총서기의 지난 1년은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주는 권력 강화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3월 양회를 통해 국가주석과 국가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공식 취임하며 당과 군에 이어 정부 권력까지 완벽하게 접수했다. 최근에는 18기3중전회를 거치며 국가안보위원회와 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를 새로 설립하고 군부 개혁까지 단행키로 했다. 이 두 기구는 아직 구체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상태지만 모두 시 주석의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할 것이란데 이견이 없다.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 사후 7~9명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의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돼온 중국에서 국가안보위원회는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로 그 동안 도입이 번번히 무산된 제도다. 그럼에도 이를 시 주석이 관철시켰다는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국가안보위원회가 인민해방군과 무장경찰, 공안은 물론 정보와 언론, 외교, 사회 안정 및 경제 분야까지 포괄하는 거대 기구가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처럼 시 주석에게 권력을 몰아 준 것은 역설적이지만 미국과 일본이다. 미국의 아시아회귀와 일본의 보수 우경화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중국의 꿈을 실현시켜야만 하는 시 주석과 중국인들에겐 최대 위협으로 다가왔다.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댜오위다오(센카쿠) 영유권 분쟁과 남중국해 문제도 중국이 국가 안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현실적 이유다.
시 주석이 지난 1년간 외교에 힘을 쏟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6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만나 신형대국관계를 요구하는 등 37일에 걸친 4회 해외 순방에서 14개국을 방문해 '중국 부상 위협론'을 잠재우려 했다.
대내적으로는 반(反)부패 운동과 잇따른 비리 공무원 척결이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이는 어느 정권이나 출범 초기 하는 일이다. 오히려 언론 자유와 민주화, 정치개혁에는 눈을 감아 개혁론자였던 아버지 시중쉰(習仲勳) 전 부총리에 비해서도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적잖다. 심지어 그가 마오쩌둥의 길을 걷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산고 끝에 개혁의 청사진이 제시되긴 했지만 구체적 실행은 또 다른 문제다. 그가 좌우 양쪽의 불만을 어떻게 잠재우며 중국호를 이끌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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