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일본 대사 부임을 앞둔 캐롤라인 케네디(55)에게 한일관계 개선을 주문한 것으로 13일(현지시간) 전해졌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이날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사무실에서 주미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한일 갈등이 워싱턴의 뜨거운 이슈가 돼 있다"며 케리 장관의 발언을 언급했다.
차 교수에 따르면 케리 장관은 12일 저녁 주미 일본대사 관저에서 열린 케네디 대사 부임 축하 리셉션에서 아시아 중심 정책, 북한에 대한 대처, 남중국해 문제 등의 현안을 언급하면서 케네디에게 한일 화해를 위한 노력을 당부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케네디 일가,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의장 등 500여명이 참석한 리셉션에서 케리 장관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과 싸우다 영웅이 된 사실을 상기한 뒤 "그의 딸이 일본 대사로 부임하는 것은 화해의 상징이자, 과거를 뒤로 하고 어떻게 미래를 만들어 나갈지 알고 있는 사람들의 상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케리 장관은 또 일본에 대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애정과 존경 그리고 대통령의 귀를 가지고 있는 대사를 보유하게 되는 것"이라며 케네디 대사가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신조 (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채널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차 교수는 "한일 갈등이 이전까지는 동맹의 틀 안에서 다뤄졌으나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며 "미국도 한일 갈등을 풀 수 있는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차 교수는 다만 "미국이 아베 정부에게 역사 문제와 관련해 자제할 것을 요청했고 이후 일본 측이 나름대로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은 박근혜 정부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북핵과 관련해 "지금 오바마 정부는 이란 핵 협상 등 다른 문제로 인해 북한과 대화할 여지가 별로 없다"며 "워싱턴이 북한 피로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북핵 대화가 없으면 북한이 이번 겨울이나 내년 봄 추가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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