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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3위 중소기업 '투자의 역설'에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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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3위 중소기업 '투자의 역설'에 운다

입력
2013.11.1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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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공단 기계제작업체인 A사는 이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 3위의 '강소(작지만 강한) 기업'이다. 37년째 한 우물만 파고 있고, 2004년 금탑산업훈장도 받았다. 금탑산업훈장은 연간 2~3개 중소기업만 선정될 만큼, 우수중소기업 공인인증마크나 다름없다. 2009년에는 500만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고, 작년엔 수출액이 1,000만 달러 코앞(998만불)까지 다가갔다. 한 마디로 잘 나가는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이 업체는 지난해와 올해 연구개발(R&D)과제, 기술개발과제 등 10여 개의 정부프로젝트에 신청서를 냈다가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국내 3위도 아니고, 세계 3위의 중소기업이 왜 정부로부터 번번이 퇴짜를 맞게 된 걸까. 이유는 한가지, 재무제표상 부채비율이 높다는 것이었다.

발단은 2010년 이 회사가 충남에 제2공장을 설립한 데서 시작한다. A사는 공장신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한 시중은행으로부터 80억원 가량을 대출받았다. 한 개의 공장만으로는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할 길이 없었고, 하지만 잘 나간다 해도 공장을 지을 정도의 내부유보금은 없었던 탓에, 대출을 받아 공장설립에 나선 것이다.

A사는 공장증설 외에 R&D에도 공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그 결과 평균 120% 안팎이던 부채비율은 400%를 넘어서게 됐다. 하지만 현금흐름에 문제가 없었고, 시장점유율도 탄탄했기 때문에 최대 5년이면 투자원금회수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A사는 공장증설로 생산규모도 커졌고, R&D투자를 통해 기술력도 높아진 만큼 정부추진 과제를 쉽게 따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신청서를 냈다. 이 과제들은 정부가 정한 신기술개발에 유망 중소기업들이 공동 참여하는 것으로, 중소기업들로선 기술 취득 및 공신력 제고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A사는 합격은커녕 서류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부채비율이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매출이 부진한 것도 아니고, 적자 때문에 빚이 늘어난 것도 아닌, 오로지 투자 때문에 부채비율이 높아진 것이었지만 정부는 이유불문하고 부채비율만 봤다. "세계 3위 기업이다" "숫자가 아닌 기술력을 봐달라" "돈 빌리는 것도 아닌데 부채비율이 왜 그리 중요한가"라고 설명하려 했지만, 1차 서류심사에서 탈락한 터라 해명기회조차 없었다.

이 회사 김모 대표는 "정부는 투자확대를 독려하고 있지만 막상 투자를 늘렸더니 오히려 불이익을 받게 됐다"면서 "이런 식이라면 어느 중소기업이 투자를 하고 기술개발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숱한 중소기업지원약속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무리 정책을 내놓고 자금지원을 확대해도 현장과 내용은 보지 않고 규정과 재무제표만 따지는 행정이 지속되는 한 중소기업 현실은 달라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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