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집은 소비자들이 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택경기가 어렵다 보니 건설업체들이 철저하게 수요자 입장에서 상품 개발 전략을 짜고 있는 것이다. 오피스텔의 투 룸, 아파트의 틈새평형, 주상복합아파트의 일조권 확보 등이 대표적이다.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원룸 오피스텔이 과잉 공급되자 건설업체들이 앞다퉈 '투 룸'을 내놓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부터 서울 역삼역 인근에 신혼부부 등을 위한 오피스텔 '역삼푸르지오시티'를 분양 중인데, 투 룸이 122실(36.6%)로 강남 오피스텔 중 투 룸 비중이 가장 높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강남 역세권에 투 룸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어 2~3년은 공급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송도신도시에서 4월 분양된 '송도센트럴파크푸르지오시티'는 투 룸의 청약경쟁률이 5.12대 1에 달했다. 오피스텔 전체 평균 경쟁률(3.22 대 1)을 웃도는 수치다.
오피스텔 공급은 2009년 4,415실에서 지난해 4만5,183실로 10배가 급증했지만 투 룸 비율은 10%가 안 된다. 오피스텔 주 수요층이 학생과 직장인 등 1인 가구 중심에서 신혼부부나 월세를 아끼기 위해 동거하는 2인 가구로 확대되는 추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용면적 21~23㎡인 원룸과 달리 투 룸은 31~33㎡에 별도의 방이 있고 수납공간이 대폭 확충돼 2인 또는 3인 가구가 살기에 적합한 구조다.
틈새평형 아파트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과거에는 전용면적 60㎡, 85㎡, 114㎡ 중심으로 공급이 이뤄졌지만, 최근엔 70~80㎡, 90~101㎡ 등이 대세다. 70~80㎡는 2011년 1만8,615호 공급에서 올해 10월까지 2만7,841호로 1만호 가까이 늘었고, 90~100㎡는 2011년 4,479건에서 지난해와 올해 모두 6,000건을 넘었다.
특히 70~80㎡대는 85㎡보다 인기를 더 끌어 청약경쟁률이 높다. GS건설이 6월 경기 용인시에서 분양한 '광교산자이'의 84㎡는 3순위까지 청약이 미달됐지만, 틈새평형인 78㎡는 1.26대 1로 마감됐다. 70~80㎡가 85㎡보다 집을 싸게 사면서 베란다 확장으로 체감면적을 16~20㎡ 더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중대형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중소형 공급에 주력하는 건설회사들은 60㎡와 85㎡만으로는 다양한 수요를 흡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틈새평형 공급에 나서고 있다.
세련된 외관(탑상형)으로 주목 받았지만 나쁜 일조와 낮은 전용률(50~60%) 탓에 외면당했던 주상복합아파트는 채광과 환기를 개선하기 위해 주거 동을 상가 동과 분리한 후 판상형으로 짓고 있다. 전용률도 아파트(80%)에 근접한 70%대로 끌어올렸다.
주상복합의 변신은 청약 대박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위례신도시 송파권역에서 분양된 주상복합건물 '송파와이즈더?脾?전용면적 95~96㎡)은 16대 1의 평균 청약경쟁률을 기록하고 나흘 만에 계약이 완료됐다. 주변 시세보다 3.3㎡당 100만원 저렴했다는 걸 감안해도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 단지의 전용률은 76%로 아파트에 육박한다.
김은진 부동산114 책임연구위원은 "주택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눈이 높아져 거주 편의성이 중요해지자 건설회사들이 차별화한 평면 개발로 승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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