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취임 직후부터 교회의 부패 근절을 추구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마피아의 표적이 됐다고 주요 외신들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교황청의 묵인 하에 돈세탁 등으로 세력과 부를 키워온 마피아가 자신들의 세력확장에 방해가 되는 교황을 눈엣가시로 여겨 곤경에 빠뜨릴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3일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 지방에서 악명 높은 마피아 은드란게타를 추적해 온 니콜라 그라테리 검사의 말을 인용해 "바티칸을 투명하게 만들려는 교황의 의지가 부패 종교인들과 거래한 화이트칼라 마피아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라테리 검사는 그러나 교황을 표적으로 한 마피아의 구체적인 행동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마피아가 가장 껄끄러워하는 부분은 교황의 바티칸은행 개혁이다. 교황은 올해 여름휴가도 미뤄가며 수도원 등 가톨릭단체만 대상으로 하는 폐쇄적 운영에다 폭력단체와 테러리스트의 자금세탁 경로 의혹을 받아온 바티칸은행의 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교황은 8월 바티칸은행의 돈세탁과 테러자금 거래 등을 방지하기 위한 금융안전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이 담긴 개혁안을 내놓았다.
가디언은 마피아가 성직자들과의 교제를 통해 자신들의 범죄 행위에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교회와 마피아간 심각한 유대관계를 꼬집었다. 그라테리 검사는 "26년 검사생활 동안 마피아 소굴에서 성화 액자를 발견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남부의 성직자들은 일상적으로 마피아 두목 사무실을 찾아가 커피를 마시곤 한다"며 "은드란게타 마피아의 한 대원은 살인을 하기 전 기도를 했으며 성모의 가호를 요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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