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낮 12시 경기 수원 송정초등학교 1학년 교실. 학생들은 평소 급식으로 먹던 밥 대신 롤케익 2조각, 초코우유 1개, 멜론, 방울토마토, 파인애플이 각각 한 조각씩 담긴 과일 봉지 하나를 받았다. 담임 교사는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 평소와 점심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학교비정규직 근로자의 파업으로 급식 조리를 하지 못한 이 학교에선 전교생 767명이 빵과 우유 등 대체식으로 점심 식사를 해결했다.
비정규직원 14명이 근무하는 송정초등학교는 조리 관련 직원 6명(조리사 1명, 조리실무사5명)이 모두 파업에 참가해 급식 차질이 불가피했다. 대체 급식 실시는 전날 발송된 가정통신문으로 학부모들에게 통보됐고, 학교측은 빵으론 식사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가정에서는 도시락을 따로 준비하도록 했다. 이날 1학년 1반 학생 28명 가운데 도시락을 싸온 학생은 2명이었다.
이 학교 김영환 교장은 "지난해에도 조리사들이 파업을 한 적이 있어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대체식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학부모 주모(29)씨는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에는 기본적으로 동의하고 지지한다"며 "아이가 빵을 좋아하기도 해서 이틀정도 파업하는 것은 크게 부담은 없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점심 준비로 힘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학교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해 경기 80개교, 충북 4개교에서 급식이 빵과 우유 등으로 대체되는 등 차질이 빚어졌다. 급식을 못한 일부 학교는 단축수업을 하기도 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도내 공공운수노조 전국회계직연합, 학교비정규직본부, 전국여성노조, 전국학비노조로 구성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소속 노조원 750명이 경고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에 들어간 학교는 전체 2,051곳 중 초등학교 75곳, 중학교 40곳, 고교 23곳 등 138곳이며 조리사, 조리실무사, 배식보조, 영양사 등이 급식 조리 인력이 파업에 참가한 80개교에서 급식에 차질이 발생했다.
급식 차질이 빚어진 학교는 초등학교가 47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중학교 19곳, 고등학교 14곳 등이었다. 이들 학교 가운데 22곳은 학생들에 도시락을 지참토록 했고 47곳은 빵과 우유 등 간편식을 제공했으며 7곳은 외부 도시락을 사서 지급했다. 광주초등학교와 파주 봉일천중학교 등 4곳은 아예 단축수업을 했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측은 호봉제 도입, 연봉 외 급식비 월 13만원 추가지급, 명절 휴가비 기본급의 120% 지급, 상여금 기본급의 100% 지급, 공무원 수준의 맞춤형 복지포인트 시행 및 정규직에 준하는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충북에서도 이날 10개 학교에서 60여명의 비정규직 조합원이 파업에 돌입해 4개(초등 1, 중학교 3) 학교에서 급식에 차질이 빚어졌다.
15일에는 경기 지역 700여개 학교 2,000여명의 노조원이, 충북 지역 100여개교 600여명, 전북 지역 70개교 500여명 등이 파업에 참가할 전망이어서 급식 차질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오후 2시부터 본교섭에 들어갔지만 타협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면서 "피해가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청주=한덕동기자 ddhan@hk.co.kr
이범구기자 eb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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