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임소형기자의 청진기] 전립선 치료제 잘라서 복용? 탈모 편법 치료의 위험성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임소형기자의 청진기] 전립선 치료제 잘라서 복용? 탈모 편법 치료의 위험성

입력
2013.11.14 11:04
0 0

탈모에 신경 쓰는 남성들 사이에선 "제 값 주고 탈모치료제 사 먹을 필요 없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돈다. 절반 이상 싸게 먹을 수 있는 쉬운 편법이 있어서다. 잘 응해주는 병원 이름까지 공유하며 많은 남성들이 편법으로 탈모를 해결하려 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탈모 치료제 성분은 크게 피나스테리드(제품명 프로페시아)와 두타스테리드(제품명 아보다트)의 두 가지다. 30, 40대 탈모 남성들은 대부분 머리가 'M'자 형으로 벗겨지는데, 이 같은 남성형 탈모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때문에 생긴다. 테스토스테론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형태가 바뀌면서 탈모를 일으키는 것이다. 피나스테리드나 두타스테리드는 DHT의 생성을 억제한다. 그런데 이들은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에도 쓰인다. DHT가 전립선에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결국 전립선비대증 약이나 탈모 약이나 성분은 같은 것이다.

문제는 약값이다.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한 달에 1만~2만원대지만, 탈모 치료제는 비급여라 4만~5만원대다. 둘 다 수개월씩 먹어야 하니 부담이 상당히 차이 난다. 그래서 일부러 탈모 대신 전립선비대증으로 진단을 받거나 아버지 이름으로 대신 처방을 받는 편법이 생겼다. 전립선비대증이 주로 50대 이상에서 많기 때문이다.

두타스테리드는 전립선비대증이나 탈모로 먹을 때 모두 용량(0.5㎎)이 같지만, 피나스테리드는 탈모 치료제의 용량(1㎎)이 전립선비대증 치료용(5㎎ㆍ제품명 프로스카)의 5분의 1이다. 때문에 프로스카를 처방 받아 4, 5조각으로 잘라 복용한다는 탈모 남성들이 적지 않다. 인터넷에는 약 쪼개는 노하우들이 소개되고, 심지어 약 절단기까지 등장했다. 잘못 쪼개 피나스테리드 성분을 1㎎ 이상 먹어도 전립선비대증까지 예방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들도 한다.

그러나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건강한 남성이 탈모 치료제 성분을 고용량 먹는다고 전립선비대증이 예방된다는 근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게다가 약이 겉으로 보기에 정확하게 4, 5등분 됐어도 각 조각마다 유효성분이 같은 용량씩 들어 있으리란 보장은 없다. 약 한 알 안에 성분이 균일하게 분포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처방 정보에 명시돼있지 않은 이상 약을 임의로 쪼개 먹는 건 안전과 관련된 변화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권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약을 자르면서 생기는 가루나 부스러기는 더 문제다. 심 교수는 "사춘기나 가임기 여성의 손에 닿아 일부가 피부로 흡수되면 호르몬 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우려했다. 남성에 비해 많은 호르몬이 더 복잡하게 작동하는 여성의 몸은 호르몬에 영향을 주는 미량의 성분에도 자칫 민감하게 반응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약효는 용법과 용량을 지켜 복용하고 기대해야 한다. 어설픈 편법은 가족의 건강마저 해칠 수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