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50) 삼성 감독과 호시노 센이치(66) 라쿠텐 감독의 명예회복 무대는 지략 대결로 압축된다. 15일부터 대만 타이중에서 시작되는 아시아시리즈의 우승 후보는 이변이 없는 한 이번에도 일본과 한국, 라쿠텐과 삼성이다. 아시아시리즈는 각국 챔피언이 모여 벌이는 클럽 대항전으로 친선전의 의미가 크지만 경기에 임하는 팀의 마음가짐은 그럴 수 없다. 아시아 최강을 자부하는 일본은 우승을 해야 본전이고, 삼성도 챔피언의 자존심 차원에서 결코 대충할 수 없는 대회다. 특히 1년 중 마지막 대회에서 결과가 좋지 않으면 앞서 쌓았던 공적이 퇴색될 수도 있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류 감독이 바로 그런 경험이 있다. 지난해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2연패에 성공했지만 국내(부산)에서 처음으로 열린 아시아시리즈에서 충격의 예선 탈락을 경험했다. 이어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류 감독은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데뷔했는데 예선 첫 경기인 네덜란드전에서 0-5 완패를 당하며 체면을 구겼다. 이후 호주, 대만을 잡았지만 득실점 차에서 뒤지며 예선 탈락의 아픔을 또 다시 맛봤다. 국제대회에서 두 번 연속 패배하며 국내 최강의 자부심이 땅에 떨어졌던 순간들이었다.
라쿠텐을 챔피언까지 올려 놓은 명장 호시노 감독도 한국이라면 치가 떨린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일본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금메달에 도전했지만 예선에서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에 3-5로 패했고, 준결승 재대결에서도 2-6으로 역전패하며 일본야구 치욕의 올림픽으로 기억되고 있다.
류 감독은 최소 준우승으로 유종의 미를, 라쿠텐은 무조건 한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해야 아픈 경험을 치유할 수 있다. 두 팀 모두 전력은 약화됐다. 무엇보다 에이스가 빠졌다. 삼성은 올 시즌 13승을 올린 장원삼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해 불참했고, 라쿠텐은 지난해부터 올해 정규시즌, 포스트시즌까지 30연승을 달성한 슈퍼 에이스 다나카 마사히로가 동행만 하고 출전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류 감독은 "차우찬과 배영수로 승부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고, 호시노 감독도 나머지 선수들만으로 우승 전선엔 문제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4일 공식훈련을 소화한 삼성은 15일 이탈리아 대표로 출전한 포르티누도 볼로냐와 첫 경기를 치른다. 지난 2005년 시작된 아시아시리즈에서는 일본이 가장 많은 7차례 우승을 차지했고, 삼성은 2011년 유일하게 우승했다. 2009년과 2010년에는 한ㆍ일 클럽챔피언십시리즈로 잠시 대체됐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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