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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상보기/11월 14일] 성큼 다가온 겨울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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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상보기/11월 14일] 성큼 다가온 겨울 앞에서

입력
2013.11.1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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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오고 나서 기온이 많이 내려갔습니다. 늦가을이라고 말하기도 무색할 정도로 추운 날씨입니다.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11월이 반 남았습니다. 따져보면 2013년도 한달하고 보름 정도 남은 셈이네요. 시간이 참 빠릅니다. 신년회 자리에 저마다 둘러앉아 잘해보자고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송년회가 코앞 입니다. 저물어 가는 한해의 끝자락을 잡고 우리는 또 돌아오는 한해를 잘해보자고 다짐할 것입니다. 밝아 오리라고 믿고 결심했던 오늘이 어제가 될 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은 2013년에 어떤 것을 얻고 어떤 것을 잃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곧 제 일 년을 되짚어 보겠지만 현재로서는 좀 더 괜찮아지겠지 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드는 2013년 한 해였습니다.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면 다사다난 하지 않은 한해가 없었지만 2013년은 유난히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 저는 연극 공연을 한편 올렸습니다. 소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정해진 노동량을 다 쓰면 소가 되는 사람들에 관한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소소한 공연이었지만 그래도 찾아와 주신 관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인간이 소가 되는 이야기를 불편해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공감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공연을 준비하는 동안 노동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값진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게는 노동을 거창한 시각으로 보지 않고 단지 인간이 먹고 입고 살아가기 위한 생존의 수단으로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인류는 탄생과 동시에 노동을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먹고 쓰기 위해 몸을 움직이던 노동은 부의 개념이 생기면서 노동은 화폐, 즉 부의 축적으로 영역이 확대됐습니다. 인류의 노동은 여기서부터 신성함에서 다른 노선을 탄 것 같습니다. 요즘은 아무도 노동이 신성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재는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신분의 계층을 나누는 일이 너무나 당연한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사회의 노동 현실은 무척 안타깝습니다. 생계를 위해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사람대우를 받고자 투쟁할 수밖에 없는 지금 사회는 정말 돈 앞에서는 인정사정 없는 괴물에 가깝습니다. 근로자들은 인간이기 보다 도구로 전락해 가고 있으며 겨우 생활비가 될 만한 보수마저도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커다란 시련 앞에서 보장되지 못하는 신세입니다. 아직도 인간이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는 일터가 태반입니다.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로자들은 마치 회사의 부품으로 태어난 것 같습니다. 의식을 갖고 조금 인간 대우를 바라면 너 말고도 일할 사람은 깔렸다는 말을 듣습니다. 곳곳에서 민루락(民淚落), 원성고(怨聲高)가 터져 나오지만 그마저도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버립니다. 그들의 목소리는 욕심일까요 살고자 하는 절규일까요?

인간이 인간성을 보장 받지 못하고 단순한 톱니 하나로 전락해버린 일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우리사회의 많은 모순들 속에서 늘 있었던 일입니다. 일하는 사람이 기본권을 위해 투쟁하는 일은 단순히 한 부류의 문제가 아닌 우리 전부가 나눠야 할 문제입니다. 우리 모두 노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까요. 인간의 노동이 특정한 사회의 형태와는 상관없는 보편적 의미와 형태를 벗어나 인간의 질을 결정하는 현재까지 당도하게 된 것은 모두 우리의 인식 때문입니다. 합당한 보수와 합리적인 노동환경, 인간이 최소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가질 수 있는 대우가 돈 보다 먼저입니다.

기온이 떨어질 때마다 가스요금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아직까지는 우리에게 겨울은 지나 보내는 것이기 보다 견뎌야 하는 것인가 봅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어딘 가에서는 추운 겨울을 견디기 위해, 단지 먹고 살기 위해서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다가오는 2014년 우리는 또 한 번 신년회에 둘러앉아 힘찬 새해를 맞이할 것입니다. 그때는 모두에게 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천정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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