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해외 인터넷사이트 이베이에서 99달러(약 10만8,000원)에 청바지를 산 직장인 김모(37)씨는 최근 카드 고지서를 보고 기분이 상했다. 실제 청구금액은 12만원을 넘었기 때문. 김씨는 "예상보다 수수료가 많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수수료가 비싼 원화결제(DCC) 서비스 탓이었다. 김씨가 이베이 인터넷결제시스템인 페이팔에 국내 신용카드를 등록하면서 자동적으로 원화로 결제된 것이다.
1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해외나 해외 인터넷사이트에서 원화로 결제하면 현지통화(달러)로 결제할 때보다 환전수수료가 3~6% 더 붙는다. 예컨대 김씨가 99달러짜리 청바지를 사면 환전업체가 DCC 수수료를 받고 이를 원화로 바꾸면 가격(수수료 5% 가정)은 11만4,000원으로 오른다.
DCC업체는 이를 자사 환율 기준으로 다시 달러(103달러)로 바꿔 글로벌카드사(비자, 마스터, 아멕스 등)에 통보한다. 환전이 두 번 일어나는 셈이다. 글로벌카드사는 103달러에 다시 이용수수료(비자와 마스터 1%, 아멕스 1.4%)를 추가해 105달러로 국내 카드사에 알린다. 국내 카드사는 이를 원화로 환전, 11만5,500원에 해외서비스 수수료(0.30%)를 붙여 약 11만6,000원을 최종적으로 고객에 청구하는 식이다.
문제는 DCC 서비스에 대한 고지가 부족해 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지는 데 있다. 업계에서는 DCC 수수료에 따른 이익을 해외가맹점이 30%, DCC업체가 30%, 현지 매입회사가 30~40%를 가져간다고 추정한다.
이 때문에 해외가맹점에서도 원화결제를 권유하거나 고지 없이 원화로 결제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최근 스페인에서 숙박료 300유로(43만원 가량)를 원화로 결제한 김모(32)씨도 이달 청구금액이 46만원이 넘었다. 김씨는 "원화로 결제하면 결제 시점의 환율이 적용되는 줄 알았는데 확인해보니 수수료가 더 붙어 훨씬 비쌌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김기준 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에서 원화결제로 청구된 금액은 총 5,892억원으로 이중 DCC 수수료로 인한 피해액은 약 362억원(DCC 수수료 5.5%)으로 추산됐다.
이달 말 해외 쇼핑이 폭주하는 미국 최대 쇼핑시즌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원화결제로 인한 피해가 예상되지만 카드업계와 금융당국은 책임 미루기에 급급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외가맹점에서 생기는 문제라 제재를 하기가 어렵다"며 "글로벌카드사에 DCC업체와의 계약 개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자카드 관계자는 "DCC 수수료는 해외가맹점과 DCC업체, 전표매입업체간의 문제일 뿐 글로벌카드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국내 카드사도 "관련 민원이 많지만 홈페이지에 주의사항을 게재하는 방법 외에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카드사가 의무적으로 알림 고지를 강화하고,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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