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외환시장에서 환율조작 혐의로 조사받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이 급증하면서 국내 금융가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환율조작 사건은 지난해 리보(런던 은행간 거래금리) 조작에 이어 대형 금융스캔들로 비화하고 있다. 바클레이즈 씨티그룹 도이체방크 골드만삭스 HSBC JP모건 모건스탠리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스탠다드차타드 UBS 등 10곳에다, 최근 5곳이 추가로 영국 금융감독청(FCA)의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율조작 사태는 블룸버그가 6월 "IB들이 외환시장 지표인 'WM/로이터 환율'을 조작했다"고 보도하면서 촉발됐다. 현재까지 조사결과에 따르면 각 IB 소속 외환 트레이더들이 전자 채팅방 등을 통해 공모한 뒤, 특정 시점에 거래를 집중하는 방식으로 환율을 조작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제 통화시장에는 공통된 지표가 없어 기준환율을 'WM/로이터환율' 등에서 고시되는 것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환율 고시 전 60초간 거래된 가격의 중간 값으로 기준시세를 정하는 시스템이라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사태로 수천 개의 금융 벤치마크 지표에 의구심이 들고 있다"며 "FCA뿐 아니라 스위스 미국 홍콩 당국도 유로와 달러시장을 중심으로 환율조작 여부를 조사하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금리나 환율, 주가 같은 금융상품의 가격 결정이 자유시장에 맡겨져 있어 공공연히 조작이 이뤄졌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판단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서울 외환시장에선 조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런던 뉴욕 등 세계 금융시장과 근본적으로 달라 조작이 어렵다는 것이다.
우선 서울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달러화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장이 열리는 6시간만 거래된 시세를 거래량에 따라 가중 평균해 기준환율(MAR)이 산출된다. 외국 시장처럼 특정 시간대 거래량만으로 조작해 높은 효과를 보기 힘든 구조인 셈이다.
김중석 외환은행 딜러는 "MAR 환율은 기업들의 외화자산 판단 기준으로, 파생결합증권 등 상품 기초자산 기준으로 쓰여 기준환율로 통용되고 있지만, 적게는 하루 50억 달러 이상 거래되는 가격을 바탕으로 산출돼 고시되기 때문에 시세조작은 꿈꾸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거래 역시 한국자금중개, 서울외국환중개 등 2개의 중개기관을 통해서만 가능해 상대적으로 수상한 거래내역 적발이 쉽다는 점도 조작을 어렵게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수상한 거래를 항시 감시하고 있어 이상 거래는 대부분 적발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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