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택시 기본요금 인상 이후 이용자의 요금 결제 금액을 분석한 결과 법인 택시기사 1명이 벌어들이는 운송수입금은 3.9%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13일 서울시가 분석한 '서울시내 법인 택시 결제금액 변화 자료'에 따르면 9월8~14일(인상 전)과 11월3~9일(인상 후)의 운송수입금 비교 결과 택시기사 1인당 하루 운송수입금은 14만5,000원에서 15만655원으로 3.9%증가했다. 이는 서울시가 택시 미터기에 장착된 서울택시정보시스템요금 데이터를 이용해 시내 법인택시 2만228대를 분석한 자료다.
그동안 일부 법인 택시기사들이 "요금 인상으로 택시 수요는 줄고, 사납금(납입기준금)만 증가해 되레 형편이 어려워졌다"고 토로했지만 실제 데이터 확인결과 법인택시기사들의 수입금이 증가한 것이다.
서울시와 택시 노사가 체결해 이달부터 시행중인 중앙임금단체협상안에 이 분석 자료를 적용해보면 법인 택시기사는 하루 사납금(13만원)을 제하더라도 평균 2만원 가량을 남길 수 있다. 한 달 평균근로일수(26일)를 채울 경우, 월 정액급여(153만원)을 포함해 207만원 이상의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달 택시 요금 인상안을 발표하기 전 월 정액급여를 23만원 이상 올리도록 노사임단협을 체결했다. 중앙임단협을 기준으로 153만원의 월정액 급여를 받으며 비공식 개인소득을 합하면 기존 평균 월 수입인 187만원에서 211만원까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있을 것이라고 시는 전망한 바 있다.
시 관계자는 "평균 187만원이던 택시기사의 월 수입을 211만원까지 올리겠다고 한 목표치는 아직 달성하지 못했지만, 데이터를 보면 수입금이 증가하는 추세라 연말까지 목표 금액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금 인상으로 늘어난 사납금 증가분이 택시기사에게 많이 배분되도록 한 중앙임단협도 기사들의 실질적인 처우 개선에 효과를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법인택시 노조 관계자는 "과거에는 요금 인상에 따른 사납금 증가액을 사측에서 일방적으로 갖도록 한 것과 달리 이번 중앙임단협 기준안은 오른 사납금을 택시기사의 정액월급 인상으로 돌리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00년 이후 체결된 중앙임단협안을 분석해보면 사납금 인상액 중 택시기사 처우개선비용으로 쓰인 비율은 2001년 15,7%, 2005년 35.1%, 2009년 43.3%에서 올해는 84.7%로 급증했다.
다만 현재 모든 법인택시 기사들이 이 같은 월급을 보장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내 255개 법인택시회사 중 중앙임단협 가이드라인대로 임금협상을 마무리한 곳은 3~4곳에 불과하다. 때문에 서울시는 개별 회사가 임금협상을 늦출 경우 택시기사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으로 판단해 '12월 1일까지 모든 개별 임금협상을 마무리 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낸 상태다.
택시기사의 처우가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만연한 승차거부 문제 등 택시서비스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은 향후 풀어야 할 과제다. 봉희종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서울지부 사무국장은 "처우 개선이 보장된 만큼 승차거부 등 택시 서비스 개선을 위해 택시기사들이 스스로 발벗고 나서야 할 차례"라며 "승차거부 원아웃제를 도입해서라도 시민에게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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