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자를 조합원으로 두었다는 이유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노조 설립을 취소한 정부에 대해 비판이 거셌지만 정부가 고수한 주장은 "현행법을 어겼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13일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서울행정법원은 정부가 근거로 든 관련 법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고 판결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24일 전교조의 노조 설립을 취소하며 주장한 법적 근거는 2가지였다. '해고자가 포함돼 있으면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노조법 2조4호와, 노조법 시행령 9조2항 '노조 설립신고 반려사유가 발생하면 30일 간 시정을 요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법외노조라고 통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해직자가 있다고) 곧바로 법외노조로 볼 것인지, 아니면 실질적으로 노조의 자주성을 해칠 경우에만 법외노조로 볼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해석했다.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로 삼은 노조법 시행령 9조2항 역시 "노조법 2조4호 단서의 시행에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을 구체화하고 그 절차를 집행하기 위한 것인지 불명확하다"고 판결했다. 이 2가지는 본안 소송의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고용부의 전교조 설립 취소는 이미 국제적 비판의 대상이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조합원 자격은 노조 재량에 맡길 문제"라며 조합원 자격을 제한한 법 규정 폐지 등을 13차례나 권고했고, 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 등 외국의 대다수 교원노조가 해고자뿐 아니라 퇴직자 대학생 등에게까지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해고자의 노조가입을 부정하는 노조법 조항 삭제를 권고하고 "전교조 설립 취소는 부당하다"는 긴급성명을 냈다.
이날 법원이 고용부의 유일한 논리였던 '현행법'에 대해 제동을 걸면서 고용부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전교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부가 법률의 위임도 없는 위헌적 시행령으로부터 헌법에 명시된 노동 기본권을 지켜줬다"며 "방하남 고용부 장관은 위헌적 법외노조 통보를 즉각 철회하고, 국제기준에 따라 교원노조법 개정에 임하겠다던 취임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고용부는 "법원이 정부의 노조 아님 통보가 위법하다고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취소소송에서 전교조가 의도적으로 현행법을 무시해왔으며 노조 아님 통보가 전교조의 위법을 시정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였음을 소명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행정법원 관계자는 "본안에서는 법외노조 통보의 적법성에 대한 법리를 짚고 넘어가야 해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며 "이르면 내년 초에 1심 판결이 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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