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농무부가 월령 30개월 이상을 포함해 뼈 없는 쇠고기의 미국 수입을 허용키로 한 것으로 12일(현지시간) 밝혀졌다. 내년 2월 효력이 발휘되는 이번 조치에 따라 30개월 이상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한국, 일본 등에 시장 개방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 농무부 산하 동식물검역소의 존 클리포드 부소장 겸 수의학 담당관은 "이번 결정이 새로운 쇠고기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제한 조치들을 제거하는데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며 의도를 분명히 했다.
미국 동식물검역소는 앞서 1일 쇠고기 수입 규제를 현대화해 국제수역사무국(OIE)이 정하고 국제적으로 용인된 기준에 따라 수입을 허용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미국은 그 동안 스위스 등 광우병 위험통제국에서 생산된 쇠고기는 수입을 금지하고 반대로 자국 쇠고기 수입국에는 시장의 완전 개방을 요구해왔다. OIE는 국가별 광우병 위험 등급을 위험이 경미한 위험무시국(1단계)과 위험통제국(2단계), 아직 등급이 결정되지 않은 위험미결정국(3단계)으로 나누고 위험무시국과 위험통제국의 쇠고기는 월령과 부위에 따른 수입 제한을 하지 말도록 권고하고 있다. 미국은 5월 위험통제국에서 위험무시국으로 상향 조정된 바 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자신의 이중적 수입 규제 조치를 해소함으로써 교역 상대국에게 동일한 조치를 취하도록 압박하는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EU)에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협상을 촉구하고 한국과 일본 등에는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의 수입 제한을 풀도록 요구할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한국에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를 수출하는 게 과연 실익이 될지는 미국이 판단할 사안"이라며 "현재까지는 한미 양국 차원에서 이 문제가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관계자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미국이 쇠고기 수입 조건 완화를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기존 수입 조건을 바꿀 이유는 없지만 미국의 요구가 있을 경우 과학적 근거에 따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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