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가 전국 처음으로 1년에 벼를 두 번 심고 수확하는 이기작(二期作) 시험재배에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그러나 이기작 성공의 근거가 된 쌀 생산량 분석이 실제 재배농가와 달리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뻥튀기 의혹'이 일고 있다.
시에 따르면 지난 8월 6, 7일 두 번째 모내기를 한 해룡면 신대리와 선학리의 농가 3곳의 논 2만여㎡에서 재배한 벼 이삭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쌀 생산량이 992㎡(약 300평) 당 502㎏로 일기작 때 생산량(534㎏)의 94% 수준에 달했다. 시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기작 벼 재배의 가능성을 분석하기 위해 이들 농가를 상대로 지난 4월 15일 첫 모내기를 해 7월 31일 수확했으며, 두 번째 수확은 18일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이기작에는 생육기간이 일반 벼 품종(중·만생종)보다 40여 일이 짧은 극조생종 기라라 397호와 조생종 고시히까리가 사용됐다.
하지만 해당 농가에서 밝힌 쌀 생산량은 순천시가 내놓은 분석 결과보다 3배 정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3곳 농가 중 2곳의 쌀 생산량은 일기작 생산량의 30~40%에 불과했고, 나머지 1곳도 70% 수준에 그쳤다. 신대리에서 벼 이모작 시험 재배를 한 백인기(46)씨는 "벼 이삭이 제대로 익기도 전에 마르거나 병충해가 심하게 나타났고 벼가 익을 무렵 기온이 크게 내려가 일기작에 비해 수확이 30%도 안 돼 사실상 이모작은 실패했다"며 "시가 벼 낱알이 많이 붙은 이삭을 중심으로 시료 채취를 해서 생산량이 좋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농업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기작을 농가에 보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관계자는 "2009년과 2010년에 전남 해남과 전북 익산에서 벼 이기작을 시험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며 "평균온도가 지금보다 2~3℃ 더 올라가야 이기작 가능성이 있고 성공하더라도 경제성과 효율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는 벼 이기작 생산량 분석이 다소 부풀려진 데 대해 시인하면서도 내년에도 이기작 시험재배를 또 추진키로 해 실효성 논란을 낳고 있다. 순천시 농업기술센터 박종운 담당은 "작황이 가장 좋은 벼 이삭을 기준해 생산량을 분석한 결과여서 실제 농가의 생산량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내년엔 수량이 떨어지지 않는 신품종을 선정해 모내기를 10일 정도 앞당겨 이기작 재배 시범을 한 번 더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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