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거리는 발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모래가 작은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물살에 쓸린 모래는 쉼 없이 발바닥을 자극한다. 간지럼이 온몸으로 번진다. 강은 그렇게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내성천은 경북 봉화에서 시작해 110여Km를 흘러 예천 삼강에서 낙동강과 합류하는 모래가 흐르는 강이다.
최후의 모래강 내성천이 급격히 망가지고 있다.
영주댐 공사현장 바로 아래 미림마을 강변에선 이미 모래를 찾아보기 어렵고 자갈밭에 수초만 무성하다. 6km 하류 무섬마을은 하상이 3m이상 낮아졌고, 모래가 쓸려간 자리에는 머리만한 돌덩이가 뒹굴고 있다. 작은 하회마을에 비유되는 무섬전통마을은 가장 중요한 관광자원인 모래사장을 잃을까 걱정할 처지에 놓였다. 마을주민 김한세(75)씨는 "매년 골재채취를 해도 장마 한번이면 원상복구 됐다. 이 모든 일이 영주댐 공사가 시작된 후 3~4년 사이에 벌어졌다"며 당혹스러워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걸까? 곧 수몰될 댐 상류지역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공사현장에서 10km 상류 평은대교 부근에는 거대한 모래산이 첩첩이 쌓여있다. 수몰되기 전 건질 수 있는 모래는 거의 다 퍼 올린 것이다. 버려지는 땅에 대한 마지막 수탈인 셈이다.
하류지역 최고 절경인 회룡포는 겉보기엔 여전히 아름답다. 하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훼손의 흔적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뿅뿅다리 부근을 비롯해 백사장 곳곳에 자갈이 드러나 있고, 제방과 인접한 곳에는 굴삭기로 퍼낸 것처럼 모래 절벽이 생겼다. 주민 김학진(51)씨는 "이곳은 한번도 홍수나 가뭄피해가 없었는데 왜 댐을 만드는지 모르겠어요. 모래가 없으면 회룡포는 아무것도 아니지 뭐, 안 그래요?"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환경단체는 상류에선 영주댐이 모래 유입을 막고, 하류에선 대규모 준설로 역행침식이 발생해 내성천을 협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수자원공사는 댐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댐으로 차단되는 모래의 양은 내성천 전체 유입량의 23%이며, 댐으로 쌓이는 모래의 대부분은 하류에서 해오던 골재 채취를 대체하게 돼 실제 손실은 5%수준이라는 주장이다.
8일 회룡포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내성천엔 물살에 쓸린 금빛모래가 꿈틀대듯 천천히 낮은 곳을 메우고 있었다. 모래강에서만 볼 수 있는 경이로운 광경이다. 그러나 10년 후에도 이 모습을 볼 수 있을지 지금 상황에선 장담하기 어렵다. 영주댐은 공정율 70%로 내년 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사진부 기획팀=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