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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Cultural Awareness in Translation (번역과 문화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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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Cultural Awareness in Translation (번역과 문화 코드)

입력
2013.11.1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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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신도 짝이 있다'라는 말을 영어로 옮길 수 있을까. 영어 원어민은 짚신을 신지 않을 것이고 우리에게도 짚신은 사실 거리가 먼 얘기다. 비슷한 영어 표현을 찾자면 'Every Jack has his Jill'이 있다. 누구나 짝이 있기 마련이라는 서양식 사고를 Jack(갑돌이)과 Jill(갑순이)이라는 흔한 이름으로 표현한 것이다. '짚신'을 억지로 영어로 옮겨봐야 고유한 서정적 느낌을 나누긴 힘들다. 감칠맛 나는 우리말을 영어로 옮길 때는 이런 점이 항상 고민이다.

우리 식 표현을 영어에서 찾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런 영어는 한영사전에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잘 하는(bi-lingual)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하더라도, 막상 원어민이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경우가 많다. 요샌 거의 사라졌지만 먹고 살기가 힘들던 시절에 '진지 드셨습니까?'라는 우리말을 미국에 와서 'Did you have a meal?'이라고 말하던 교포도 있었다. 번역이 100% 완벽해도 소통에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문화적 배경과 정서가 다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상품명을 현지어로 번역할 때 이런 오류가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우리말을 영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우리말의 직역보다는 영어의 근사치 표현을 찾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영어식 표현을 우리식으로 접근할 때도 주의할 게 있다. 가령 '식당에 가자'는 말을 할 때, 영어에서는 식당의 수준에 따라 처음부터 표현이 달라진다. 단순히 '식당=restaurant'으로 암기하고 있다면 대화가 빗나갈 수 있다. 간단한 식사는 snack bar, course별 식사가 나오는 restaurant, 서민들이 외식하는 식당은 diner, 뒷골목의 수수한 밥집은 greasy spoon, 한국식 분식집은 café 등으로 세분해서 말하기 때문이다.

80년대만 해도 국내 쇼핑몰이나 백화점의 '식당가'는 'General Restaurants'이라고 표현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당시 'Food Court'가 옳은 표현이라고 주장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는데 30년이 지난 지금은 어느 곳이나 'Food Court'로 표기돼 있다. 말을 그대로 외국어로 옮기기보다 상대 언어에서 통할 수 있는 표현을 생각해 고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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