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글로벌 해운 순항인데… 한국 해운사만 '항로 이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글로벌 해운 순항인데… 한국 해운사만 '항로 이탈'

입력
2013.11.12 18:38
0 0

세계 1위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는 지난 2분기 깜짝 실적을 거뒀다.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6%나 증가한 4억6,700만 달러를 기록한 것. 이익이 많아지다 보니 머스크는 내년 이후 대량발주를 예고하고 있다.

아시아쪽 해운사들도 기지개를 펴고 있다. 중국의 대표해운업체인 CSCL은 현대중공업에 대형 선박 5척을 발주했다. 중동의 UASC 역시 지난달 현대중공업에 20억 달러 규모 컨테이너선 10척을 발주하며 글로벌 '톱10' 진입에 한걸음 다가섰다.

미약하나마 글로벌 경기회복으로 물동량이 점차 개선되면서, 세계 해운사들은 발주를 늘려가고 있다. 국제 해운경기를 가늠하는 'BDI(발틱운임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추락을 거듭해 지난해 600포인트대까지 하락했지만 올해 들어 1,000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국내 해운사들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국내 해운업계를 대표하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지난 2011년 5척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발주가 한 척도 없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회사가 배를 새로 주문하지 못한다는 건 시장에서 치명적 낙인이 찍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우선 국내 1위 한진해운. 2011년 5,130억원, 지난해 1,1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올해도 1,400억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800%가 넘는 부채비율에 내년까지 갚아야 할 차입금만 수천억원대여서, 결국 모그룹인 한진그룹으로부터 1,500억원의 긴급자금을 수혈받았다. 대표이사 경질에 구조조정까지 진행 중이다.

2위 현대상선도 2011년 이후 3년째 적자행진이 확실시된다. 3위인 STX팬오션은 모그룹인 STX그룹이 사실상 해체되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4위 대한해운 역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최근 SM그룹에 인수됐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해운사들과 달리 국내 해운사들만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근본 이유를 ▲잘못된 수급대응과 ▲정부의 과잉규제 탓으로 꼽고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과거 경기호황시절 대량 발주했던 배들이 공교롭게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인도되기 시작했고 공급과잉으로 운임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이때 외국 선사들은 재빨리 주문을 줄이며 경기대응에 나섰지만 우리나라 해운사들만 유독 계속 신규발주를 했다"고 말했다. 결국 물동량을 줄고 운임은 떨어지는데, 국내 해운사들만 필요 이상의 배를 보유하게 돼 더 큰 타격을 입게 됐다는 것이다.

정부규제도 한 몫을 했다. 통상 해운사들은 척당 1,000억원이 넘는 조선비용을 한번 납부할 수 없어 수년~수 십년에 걸쳐 나눠 갚는데 이때 미지급금이 전부 부채로 잡힌다. 때문에 해운사들은 부채비율이 높을 수 밖에 없는데, 정부와 채권단은 이런 특성을 무시한 채 다른 제조업처럼 부채비율을 낮추라고 압박하다 보니 결국 유동성압박이 더 커지게 됐다는 것이다.

업계는 현 위기가 개별 해운사의 위기가 아닌 한국해운업 전체의 위기인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덴마크 머스크는 덴마크 정부로부터 6,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기지원 받았다. 독일 최대해운사인 하팍로이드 역시 지난해 2조원 상당의 정부 지급보증을 받은 데 이어 올 초에는 지방정부에서 1조원 이상을 지원 받은 덕분에 영업이익이 116%나 급증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