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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1월 13일] "ADHD 치료 언제까지 편견에 휘둘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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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1월 13일] "ADHD 치료 언제까지 편견에 휘둘릴 것인가"

입력
2013.11.1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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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약을 먹으면 기록에 남는다던데, 나중에 아이가 사회생활 할 때 문제되지 않을까요?" 필자가 ADHD 상담치료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듣게 되는 질문이다. 소위 말해 '정신과 약'을 처방 받으면 자녀가 향후 불이익을 받지나 않을까 하는 부모들의 걱정이다. 이런 오해 때문에 ADHD 약물치료를 꺼리고 질환을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아 전문의로서 안타깝고 걱정스럽다.

최근에도 ADHD 약물치료에 대한 이러한 편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조사결과가 발표되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 받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ADHD를 앓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최근 3년 사이에 23%나 증가했지만, 투약 치료율은 10% 수준에 머문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어린이나 청소년 ADHD 환자 중 50%가 투약치료를 받는 것에 비하면 한참 낮은 수치이다. 박홍근 의원은 ADHD 병력기록이 남게 되면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ADHD 아이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의 병력이 학교생활기록부나 기타 자료에 노출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그러나 실제 진료기록은 병원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두 곳에 각각 10년, 5년 동안 한시적으로 보관되며, 자료를 열람하려면 아동 자신이나 법적 보호자의 서명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일반 기업체나 여타 개인은 진료기록을 열람할 권리도 없고 방법도 없다.

ADHD 자녀를 둔 부모들로 하여금 약물치료를 주저하게 하는 것은 병력 노출에 대한 두려움뿐만은 아니다. 실제로 ADHD 아동의 부모와 상담하다 보면 질환 자체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대표적인 오해가 ADHD를 질환으로 보지 않고 성장기에 잠시 나타나는 산만함 정도로 치부하거나 아이의 경험이나 부모의 양육태도로부터 그 원인을 찾는 경우이다. 그래서 이러한 오해는 'ADHD는 병이 아니다' 또는 'ADHD는 크면 다 낫는다'라는 막연한 낙관론으로 시간을 허비하게 만든다.

문제는 이러한 오해가 일부 언론의 잘못된 사례와 인터넷 상에서 떠도는 근거 없는 정보에서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ADHD 약을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소문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를 들은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의 학습능력을 높이고자 ADHD 약을 복용시키기도 한다. ADHD 약물치료가 필요함에도 이를 주저하는 경우와 반대로 치료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오남용하는 경우 모두 ADHD 질환과 약물치료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들이다.

소아청소년정신의학 전문의로서 ADHD를 둘러싸고 이러한 편견이 정설처럼 확산되는 현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ADHD가 적절히 치료되지 않을 경우 가장 피해를 입는 것은 아동 자신이다. 학습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뿐더러 또래와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부모나 교사도 양육이나 지도를 하는 데 많은 부담을 가지게 되며, 결과적으로 아동과의 관계에서도 지장이 생긴다.

다시금 강조하자면, ADHD는 아동에서 나타나는 정상적인 과잉행동이나 성격과는 구분되는 뇌의 질환으로, 주의집중력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의 기능 이상에 의해 발생된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주요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발표된 ADHD 치료지침에 따르면, 약물치료는 전문의에 의해 ADHD 진단이 내려졌을 때 첫 번째로 권고되는 기본적이고 안전한 치료법이다.

앞서 열거한 근거 없는 편견에 휘둘리기에는 자녀의 건강한 성장과 삶의 질은 너무나 중요하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ADHD가 의심되는 행동이 관찰되면 인터넷 정보에 의존해 자가 진단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상담할 것을 권한다. ADHD 치료는 아동의 발달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어 발달과정을 살펴보며 장기적으로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의의 종합적이고 엄격한 진단과정을 거쳐 올바른 ADHD 치료를 진행하는 상식이 하루 빨리 자리잡기를 바란다.

이소영 순천향대 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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