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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칼럼/11월 13일] 패자부활전을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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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칼럼/11월 13일] 패자부활전을 위한 변명(?)

입력
2013.11.1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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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시즌이 개막됐다. 12년에 걸친 학교교육의 결실이 맺어질 찰나다. 수능시험 당일풍경은 그래서 충분히 눈물겹다. 적어도 이날만큼은 수험생을 위해 사회가 움직여준다. 한 번의 시험이 많은 걸 갈라놓기 때문이다. 다만 시험결과는 대개 안쓰럽다. 웃음보다 눈물이, 기쁨보다 좌절이 일상적이다. 시험실패 탓에 '반(半)수생'까지 생겨난다. 숫자만 5만~6만 명에 달한단다. 입시전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이유다. 재수는 입시에서 끝나지 않는다. 취업시험에서도 자주 펼쳐진다. 인생항로를 가를 운명적인 최후승부인 까닭이다. 패배ㆍ탈락하면 '해 뜰 날'은 없다. 신입사원 평균연령이 30세를 넘긴다니 '늙은 신입'은 시대가 낳은 아이러니다.

승자는 손에 꼽힌다. 입시든 일자리든 그렇다. 양질의 일자리만 해도 그 10배의 경쟁자가 뛰어드는 구조다. 개중 90%는 패배할 수밖에 없다. 구조적인 패배인생의 양산이다. 패할 줄 알지만 또 피할 수 없는 정면승부다. 해결조언은 많다. 눈높이를 맞추란 게 대표적이다. 고용의 미스매칭 해소다. 설득ㆍ현실적인 대안이되 실제로는 힘들다. 낙인효과 탓이다. 투여된 막대한 교육ㆍ취업비용이 무용지물이 될뿐더러 그 타협결과가 평생 낙인이 돼 따라붙는다. 중소기업ㆍ비정규직이니 능력이 떨어질 것이란 비이성적인 낙인정보다. 결국 불황 때 노동시장에 진입한 청년그룹은 능력ㆍ의지와 무관하게 불리한 처지를 강요당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청년세대는 불행부터 먼저 배운다. 그 경쟁이 뭣이든 '불행→불행'의 악순환적인 반복사슬에 얽매인다. 더 이상의 방치는 곤란하다. 늙어가는 한국사회를 구하자면 청년역할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이들을 버릴 이유는 손에 꼽지만 품에 안아야 할 이유는 수백 가지다. 즉 애초의 불행을 줄임과 동시에 '불행→행복'의 반전계획이 필수다. 청년답게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게 맺도록 제도장치를 구축할 필요다. 그러면 한번 패했다고 좌절ㆍ포기할 일은 줄어들고 사회비용도 경감된다. 요컨대 '패자부활전'의 필요다. 청년좌절의 원인은 패자부활전의 부재 탓이다. 재도전의 기회가 없으니 가용가능의 개인자원을 총동원해 승부에 나선다. 한번 떨어지면 끝이기에 모든 걸 걸고 승리를 좇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7전8기'는 살아있었다. 적자생존ㆍ승자독식의 냉엄한 룰이 패자부활전을 원천봉쇄했다. 즉 이제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회가 됐다. 그러니 위험한 창업보다 안정된 직장이 최고다. 없진 않지만 '실패→재도전→성공'의 연결고리는 희박해졌다. 약한 숨을 쉰 채 연명하는 낙오자에게 동아줄은 내려오지 않는다. 어린 청년들에게 패자부활전의 기회상실은 상상 이상의 가혹한 징벌과 같다. 그들이 과연 무슨 죄를 지었단 말인가. 패자부활전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다. 모두가 불행해지는 경쟁의 악순환을 막는 필수적인 장치다. 희망은 사라지면 곤란하다. 졌다고 모든 기회를 뺏는 건 옳지 않다. 성공은 시행착오에서 나온다. 게다가 누구든 좌절과 실패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실패에서 배우는 지혜가 값진 법이다.

어떻게 하면 패자부활전을 가동할 수 있을까. 정책은 이미 많이 나왔다. 모두가 적잖은 고민 끝에 제시된 패자부활전의 기회항목이라 눈여겨봄직하다. 가령 가난 탓에 교육ㆍ취업기회가 줄어드는 것을 막고자 반값등록금이 제시됐고, 비정규직이라도 성공할 수 있도록 차별해소가 나왔으며, 청년고용을 의무할당하자는 주장도 있다. 창업실패를 북돋우고자 연대보증 해소ㆍ철폐도 첫발을 뗐다. 실패자를 뽑지 않으려는 연령ㆍ성별차별적인 채용관행에 대한 손질주문도 많다. 가을에 집중된 신입사원 일괄채용의 문호도 넓히라고 제안됐다. 대학입시를 포함한 교육제도를 손보자는 말도 설득적이다. 다만 이 모든 세부항목보다 더 결정적인 게 있으니 바로 실현의지다. 의지만 있다면 방법은 얼마든 있다. 청년에겐 희망이 어울린다. 이때 지속가능성은 높아진다. 제시된 정책만이라도 차근차근 실천할 때 미래한국의 활로는 넓혀질 터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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