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후 각개 약진하던 민주당과 정의당,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하기 위한 특별검사제 관철을 고리로 단일대오를 구축했다. 범 야권이 연석회의란 우산 아래 하나로 뭉쳐 여권에 특검 수용을 강하게 압박하는 국면이 전개됨에 따라 정치권이 '특검 정국'으로 빨려 들어갈 공산이 커졌다.
범야권이 하나로 힘을 합친 것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과거 민주화 이전 1984년 재야 정치인들이 조직한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에 버금가는 정국 인식으로 야권세력이 하나로 뭉친다는 것이다. 민주당과 정의당, 안 의원 측은 원내에서 특검과 국정원 개혁입법을 밀어붙이고, 시민사회와 종교계는 장외에서 전선을 뒷받침하는 틀이 잡힌 셈이다. 이는 대여투쟁의 외연을 확장하고 여론전에 나섬으로써 국가기관 대선개입 문제해결을 재판 이후로 잡고 지연 전술을 구사하는 여권과 정면승부를 벌이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연석회의는 이를 위해 각계각층의 시국선언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김기춘, 남재준, 황교안 퇴진을 위한 서명운동'등 다양한 투쟁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또 통합진보당을 연석회의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종북 프레임을 비켜감과 동시에 여권의 공안드라이브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특검 도입 등 국가기관 대선개입 문제에 대한 가시적 해결 없이 정국 해법도 있을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주당이 연석회의와 보조를 맞출 수 밖에 없는 이상 단독으로 새누리당과 절충을 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야권이 특검 법안을 공동 발의하더라도 한계도 적지 않다. 특검법은 재적의원 과반인 150명이 넘는 의결정족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이를 관철시키는 방식을 두고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이 진통을 빚을 개연성도 있다. 민주당은 특검 문제를 정기국회 법안 및 예산안 처리와 연계하면서, 특검의 수사범위와 관련해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안 의원은 이날 "국민이 원하지 않는 방법으로 목표를 관철해선 안 된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더욱이 특검을 반대하는 새누리당과의 대치상황에서 예산안과 민생입법 처리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경우 여론의 향배가 문제다. 안 의원 입장으로 볼 때 이 과정에 연석회의 내에서 내홍이 빚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연석회의가 국정원 문제 등에 한정된 '원포인트'연대지만 향후 선거연대까지 발전할 지도 관심사다. 내년 지방선거가 불과 6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야권연대의 모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병두 민주당 전략본부장은 "안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신당은 지방선거에서 민주당하고 다같이 나가면 2, 3등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상상력을 갖고 모여야 한다는 생각에 대해 일정 정도 공감대를 갖고 있지 않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안 의원 측은 "사안별 연대"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검 관철이 좌초하면 연대가 유지될지도 미지수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연석회의가 중산층과 중도성향을 끌어들일 수 있는 결합이 돼야 하는데 안 의원이 참여하더라도 진영대결로 흐를 수밖에 없어 파괴력에 한계가 있다"며 "안 의원과의 연대가 오히려 야권균열을 부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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