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이 추천하는 감사위원에 특정 인사를 검토해달라고 청와대가 요청한 사실이 어제 열린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났다. 전임 양건 감사원장이 지난 8월 3명의 감사위원 후보를 추천했지만, 청와대에서 "이들 말고 장훈 중앙대 교수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는 말이 요청이지 사실상 청와대의 인사 압박이나 다름없다.
장 교수는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핵심적으로 활동한 대표적인 친박 교수다. 감사원장의 추천을 묵살해가며 이 같은 인사를 감사위원에 앉히려 했다는 것은 역대 정권마다 끊이지 않았던 코드인사를 현정부에서도 자행하려 했다는 것이어서 심히 유감이다.
물론 여권에서는 3명의 후보 중 1순위자는 스스로 철회했고 2순위자는 검증에서 탈락했으며 3순위자는 경력이 미흡했기 때문이란 이유를 대고 있다. 하지만 1차 후보군이 탐탁지 않으면 감사원으로부터 재차 추천되는 다른 후보군에서 선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아예 측근 인사를 구체적으로 지명해 다시 제청하도록 했다. 명백히 부당한 인사 개입이자, 법과 원칙을 중시하겠다는 현 정부의 다짐과 크게 동떨어진 것이다. 이와 관련 황 감사원장 후보자도 청문회에서 "감사위원은 원장이 제청하도록 돼 있기에 (청와대 요청은)부적절하다"고 답변했다.
지난 정권의 친 이명박 인사인 은진수 변호사가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감사위원에 임명됐지만, 부산저축은행 브로커에게 청탁과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돼 유죄판결을 받은 게 불과 2년 전 일이다. 감사원은 엄격한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곳으로 흔히 정권의 공신들이 논공행상으로 차지하는 자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감사원이 권력에 좌고우면하면 공직사회의 부패를 제어할 수 없고 공직기강은 바닥에 떨어진다. 감사원이 진정한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정립하기 위한 첫걸음은 투명하고도 객관적인 인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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