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과 검찰 조사에서 줄곧 묵비권을 행사해 온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12일 열린 첫 공판에서 10여분 간의 피고인 진술을 통해 내란음모 등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노타이에 검은색 양복 차림으로 법정에 나온 이 의원은 전날 밤 손으로 작성한 피고인 진술서를 낭독하며 "북한의 공작원을 만난 적도 없고 지령을 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지난 5월 합정동 모임은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미국이 북한을 침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우려해 평화를 호소하자는 취지의 모임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앞으로 재판을 통해 저와 진보당에 새겨진 주홍글씨가 벗겨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현 정부 들어 역사가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역사는 후퇴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피고인 진술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강한 어조로 반박하기보다 재판부에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으며 얼마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해 왔는지를 호소하는 데 주력했다. 진술 시간도 재판부가 준 20분을 절반밖에 쓰지 않았다.
하지만 무죄를 주장하는 이 의원의 진술 도중 재판을 참관하던 보수단체 관계자들의 항의와 욕설이 쏟아졌다. 북한 말투를 쓰는 방척객 5명은 "이석기는 통진당과 북한으로 가라. 북한에서 한 달만 살아봐라"고 소리치다 3명은 수원구치소 감치 3일 명령을, 2명은 법정 퇴장을 당했다.
이날 수원지법 안팎은 재판에 쏠린 관심을 반영하듯 보수ㆍ진보단체 회원들이 뒤엉키면서 재판 전부터 긴장감이 나돌았다. 법원 앞 사거리에서는 보수단체와 통진당 당원들이 마주보며 정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보수단체 회원 350여명은 "이석기 처단, 이석기 동조세력 척결, 통진당 해체"를, 통진당 당원 100여명은 "내란음모죄 무죄, 이석기 의원 석방"을 촉구했다.
경찰이 양측 모두를 에워쌌지만 공판이 끝난 뒤 결국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다. 일부 통진당원과 탈북자간 몸싸움으로 목발을 짚고 있던 한 탈북 남성이 밀려 넘어져 병원으로 옮겨졌고, 50대 탈북 남성은 "분신 자살하겠다"며 소동을 일으켰다. 경찰은 이날 병력 800여명을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수원=김기중기자 k2j@hk.co.kr
손현성기자 hs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