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적이고 섹시한 연기로 호평을 받은 지난해 10월 뮤지컬'시카고'의 록시하트 이후 1년여 만이다. 그동안 음반을 한 장 내긴 했지만 아이비(본명ㆍ박은혜)에게 지난 1년은 온전히 뮤지컬 '고스트'를 위한 시간이었다. 여자 가수 가운데 가창력으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그는 강한 이미지와 댄스음악으로 채워진 프로필 탓인지 2010년 뮤지컬 데뷔 후 록시하트와 같은 강렬한 캐릭터를 맡아 왔다. 때문에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고스트'의 몰리를 연기해 내기 위해 과거 이미지를 지워야 했다. 3월 캐스팅 확정 이후 그는 그렇게 몰리로 살기 시작했다.
24일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첫 막을 올리는 뮤지컬 '고스트'는 1990년 영화 '사랑과 영혼'이 원작이다. 죽은 연인의 영혼마저 사랑하는 몰리를 연기한 데미 무어는 국내 영화팬의 기억에 청순한 여배우의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다. 11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아이비는 사랑에 빠진 여성, 몰리의 모습과 그대로 겹쳤다.
"뮤지컬 '시카고'에선 백치미와 영악함이 가득한 캐릭터였어요. 이번엔 아주 전통적인 의미의 여자로 돌아섰어요. 연습에 들어간 9월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정성 들여 화장하고 사랑하는 남자에게 잘 보이고 싶은 여자(몰리)의 마음으로 살았어요. 샘을 연기하는 상대 배우(주원, 김준현)들에게도 그렇게 보이고 싶었죠. 하루 9시간씩 연습을 하니까 몰리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평소 까불고 장난치는 걸 좋아해 '남자 같다'는 말을 많이 듣던 저에겐 큰 변화죠."
가수 데뷔 전부터 가창력으로 지기 싫었던 그는 러닝머신 위에서 노래 부르는 연습을 계속해왔다. '언체인드 멜로디(Unchained Melody)'와 같은 1990년대 풍의 발라드곡으로 채워진 뮤지컬 '고스트'는 어쩌면 그에게 쉬운 도전으로 보인다.
"율동도 없고 이전 뮤지컬들에 비하면 몸은 편하죠. 노래가 대체로 발라드이지만 고음을 내지르는 파트가 많아 쉽지는 않아요. 내년 6월까지 공연을 해야 하니까 체력 관리에 대한 부담이 있어요. 그래도 목이 잘 안 쉬는 체질이라 다행입니다."
아이비는 뮤지컬 배우에 앞서 가수다. 하지만 소송과 구설 등으로 물들었던 과거의 아픔은 가수에만 집중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에게 연기는 "한풀이 같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가수 생활을 떠올리면 아프죠. 젊은 시절을 그렇게 보냈다는 게 안타까워요. 그래서 뮤지컬로 한을 풀고 있어요. 90년대 감성을 끄집어내기 위해 틈만 나면 원작 영화를 보고 있어요. 20년이 더 된 작품이지만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아요. 한으로 구천을 떠도는 영혼 이야기니까 매우 한국적이기도 하고요."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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