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69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내수 부진이 극심해 수입이 줄면서 발생한 '역설적 흑자'로 분석됐는데, 내년에는 내수가 다소 살아나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510억 달러 내외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1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최근 경상수지 흑자 확대의 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690억달러로 종전 사상 최고치인 지난해(433억달러)보다 200억달러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경상수지 흑자는 올해 3분기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5.7%(488억달러)다. 4분기에도 이 같은 추세를 이어간다면 올해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2000년 이후의 평균 흑자 규모(GDP 대비 2.6%)를 크게 웃도는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역시 경기침체로 큰 폭의 흑자(GDP 대비 12.1%)를 기록했던 1998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정규철·김성태 KDI 연구위원 등 연구진은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당초 예상을 크게 웃도는 원인으로 내수 부진(33%)과 교역조건 개선(23%)을 들었다. 기업의 해외생산 확대로 사업서비스수지 적자폭이 크게 줄어든 점, 연기금과 기업의 해외투자 확대로 본원소득수지 흑자규모가 빠르게 증가한 점도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치를 넘어선 원인으로 꼽았다.
연구진은 내년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510억달러로 전망했다. 이는 KDI가 지난 5월에 발표한 내년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인 307억달러보다 200억달러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세계경제가 점차 개선되면서 교역량이 늘고, 내수 부진이 다소 완화된다는 전제로 분석한 결과다. 아울러 대내ㆍ외 변수가 달라질 경우에는 경상수지 흑자가 최소 450억달러로 줄거나, 최대 560억달러로 늘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진은 한국 경제는 경상수지 흑자 추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흑자 규모가 점차 축소될 것이며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또 최근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감안할 때 부분적인 흑자 규모 축소가 금융안정성을 크게 저해할 가능성도 적다고 봤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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