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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를 다시 묻다' 저자 백영서 교수, "동아시아 균형자 역할, 배울 만한 국가로의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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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를 다시 묻다' 저자 백영서 교수, "동아시아 균형자 역할, 배울 만한 국가로의 성장"

입력
2013.11.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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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국가간 연대란 기본적으로 자국의 현실 개조와 연관되지 않으면 힘이 없습니다. 자기 땅에 뿌리 내리면서 거기서 연대의 힘을 도출해내야 합니다."

역사를 연구하는 인문학자로 동아시아공동체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연세대 국학연구원장 백영서(60) 교수는 12일 이렇게 말했다.

자국의 개혁이 주변국과 연대의 출발점이어야 한다는 게 무슨 말일까? 그는 일본 오키나와를 예로 들었다. "일본 민주당 정권은 오키나와의 미군 기지를 현외로 이전하겠다는 것을 집권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그런데 정권 출범 1년여만에 공약을 번복했지요. 이유는 천안함 폭침 이후 일본 정권의 북한에 대한 불안감이었습니다." 한중일 등 동아시아 각국이 안고 있는 문제는 일견 일국 차원으로 보일 수 있지만 결국 연관된 것이고, 그 해결은 자국의 현실 개조에서 출발해야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동아시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방안을 고민한 자신의 글들을 모아 낸 (창비 발행) 출간에 맞춰 연세대 국학연구원장실에서 그를 만나 한일ㆍ한중관계, 동아시아 새 지역질서 구축 등에 대해 물었다.

-동아시아담론이 풍성해졌다고 하지만 현실은 어쩐지 그 담론이 지향하는, 이를테면 동아시아공동체 같은 목표점에서 자꾸 후퇴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미국과 중국의 권력 전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고 각국이 아직 거기에 적응이 잘 안 되는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변화에 대응하는 각국의 리더십의 변화에도 아귀가 잘 안 맞는다. 그런 표면적인 변화보다 중요한 것은 20세기 이후로 국가의 역할 못지 않게 시민사회나 민간의 역할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것이 정부를 견인해낼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지 못한 측면도 작용한다."

-일본이 집단적자위권을 갖게 되면 향후 평화헌법개정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이런 움직임을 해석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기존의 한미, 미일 동맹이 '한미일' 동맹으로 가서 동아시아에 신냉전체제가 형성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은 중국이 대두하는 질서에 적응하며 불안정한 과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은 동아시아공동체간 다자간협력이냐, 신냉전이냐 두 가지다. 미국이 독자적 목소리를 내려는데 쉽게 동조해 일본과 군사정보협정 등의 관계로 가면 신냉전으로 가는 길을 걷게 된다. 일본을 향해 그들이 말하는 '보통국가'의 미래가 집단자위권 확보 같은 군사강화만이 아니라 다른 길도 있다는 것을 제시해주어야 한다."

-일본 보다 더 큰 문제는 사실 중국의 패권이다. 중국과는 어떤 관계를 설정해 가야 하나.

"굉장히 논쟁적인 주제다. 위협론이나 가능성론 등 한쪽으로만 말하기 쉽다. 한미동맹 상황에서 중국과 다른 동맹을 맺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창의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답이 없다. 그래서 중국과 외교를 '아시아 패러독스'라고 부르는 거다. 동맹이 될 수도 없지만 관계를 끊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친중은 반미이고 반중은 친미라는 식의 사고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국과 우리는 여전히 비대칭 관계라는 인식에서 출발해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가 아니라 '우리는 중국에 무엇인가'를 물어야 한다. 한국은 중국에 무슨 매력이 있는 것인지, 무슨 모범을 보일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거다. 그래야 중국이 우리를 인정한다. 소프트파워를 키우는 것일 수 있고, 더 민주화되는 것일 수도 있다. 인간다운 삶의 질이 높아지는 사회로 가는 것일 수도 있다. 중국이 배울만한 나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동아시아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이다."

-남북 통일과 관련해 '복합국가'라는 개념어를 제시했다.

"일찍이 천관우 선생이 7ㆍ4 공동성명(1970년)을 보고 민간의 통일방안으로 제시한 용어다. 삼국이나 통일신라ㆍ발해 이런 시기가 있었듯이 우리는 역사적으로 단일국가였던 것만 이 아니다. '2국가 2체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2000년 남북 정상이 느슨한 연방제 형식으로 국가연합을 한다고 약속했듯이 이미 구체적인 답도 나와 있다. 지금도 그 자체를 아무도 부정하지는 않는다. 집권한 정당이 나서서 그것을 추진하느냐의 문제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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