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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신드롬 낳은 지 12년… 이제는 돌아와 회한 얘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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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신드롬 낳은 지 12년… 이제는 돌아와 회한 얘기해

입력
2013.11.1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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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818만 명이 본 영화 '친구'는 하나의 사회 현상이었다. 검은 교복으로 대표되는 복고 바람을 몰아왔고 투박하면서 정감 어린 부산 사투리를 표준어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에 조폭 신드롬을 불렀다. 우정을 죽음으로 갈라놓는 주먹 세계의 비정함이 펼쳐지는데도 청춘들은 '내가 니 시다바리가'나 '마이 묵었다' 등의 대사로 대변되는 깡패들의 쿨함에 열광했다. 청소년들이 경찰보다 조폭을 더 좋아한다는 탄식이 흘러나왔고, 충무로에선 조폭영화가 쏟아졌다.

그리고 12년이 흘렀다. 그사이 '친구'로 충무로 스타로 떠오른 곽경택 감독은 '챔피언'과 '똥개', '태풍', '사랑', '통증', '미운 오리 새끼' 등을 만들면서 부침을 거듭했다. 조폭영화도 코미디와 결합해 '조폭마누라'와 '두사부일체' 등으로 전성기를 이어가다 결국 퇴락에 이르렀다. '친구'는 2009년 TV 드라마로도 만들어졌으나 시간을 되돌리진 못했다.

'친구 2' 는 전편의 비장한 정서를 고대한 관객이라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재탕에 대한 우려를 품었던 영화팬이라면 의외로 만족할 만하다. 영화는 12년 동안 극단의 명암을 경험한 곽 감독의 영화 이력과 조폭영화의 조락을 반영하는 듯하다. 여전히 사시미가 등장하고 야구 방망이가 바람을 가르지만 더 성숙해졌다. 조폭의 피폐한 삶을 비추고 반복되는 폭력의 고리가 끊기길 소원한다. 요컨대 '친구'가 조폭에 대한 환상을 부추겼다면 '친구 2'는 조폭 생활에 대한 환멸로 압축된다.

'친구 2'는 동수(장동건)의 살인을 교사한 혐의로 17년을 살다 출소한 준석(유오성)과 야생마 같은 젊은 건달 성훈(김우빈)의 심상치 않은 관계를 원동력으로 이야기를 전진시킨다. 출소 뒤 준석은 부하가 장악한 조직에 위기감과 실망을 동시에 느끼고 성훈의 뜨거운 피에 기대 조직을 장악하려 한다. 성훈은 '대가리'가 되고 싶은 욕심에, 자신을 아버지처럼 돌봐주는 준석의 은혜에 답하기 위해 몸을 던지다 아버지의 죽음 뒤에 얽힌 사연을 듣고 혼돈에 빠진다.

준석과 성훈이 영화의 무게중심을 잡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인물이 둘 있다. 조직 두목의 회고 속에 등장하는 준석의 아버지 철주(주진모)와 성훈의 불알친구인 스님이다. 두 사람을 통해 영화는 반복되는 폭력세계의 모순과 회한을 표현하려 한다. 예컨대 돈으로만 조직을 운영하려는 성훈의 치기에 준석은 코웃음을 치는데 그는 조직을 위계와 의리로 '가족'처럼 운영해야 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정작 현대적 조폭의 씨앗을 뿌린 그의 아버지는 1960년대 이미 단언한다. "(건달 세계에서) 폭(暴)의 시대는 끝나고 재(財)의 시대가 시작됐다"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잔혹한 장면이 더러 등장하지만 영화는 삶의 성찰에 방점을 찍는다. '친구'와 다른 미덕이다. 청소년 관람 가, 14일 개봉.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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