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형법과 대법원 판례에서 보면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ㆍ방송ㆍ신문ㆍ통신ㆍ잡지ㆍ벽보ㆍ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불리하도록…."
지난달 23일 자정 무렵,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주진우ㆍ김어준씨 사건의 검사는 미리 준비해 온 두툼한 메모지에 고개를 묻고 천천히 읽었다. 오전부터 시작된 재판 일정에 지친 배심원들은 따분한 표정이 역력했고 일부는 하품을 하기도 했다. 재판이 끝난 뒤 한 배심원은 "말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앉아 있기가 너무 괴로웠다"고 털어놓았다.
국민참여재판이 확대되면서 안이하게 대응해 온 검찰의 태도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담 검찰인력과 국선 변호인단을 구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다수 공판 검사들은 법률용어와 관련 법조문이 나열된 자료를 줄줄 읽는 식으로 배심원이 아닌 판사를 상대로 주장을 펼친다. 국민사법참여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동운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사들 대부분이 최종 의견을 밝히면서 배심원들의 눈도 잘 쳐다보지 않는다"며 "안도현 시인이나 나꼼수 재판처럼 사회적 이슈가 되는 주요 사건에 대해 국민참여재판 전담 검사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이목을 끄는 사건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선변호인이 변호를 맡는데 참여재판에 필요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점도 문제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진행된 총 848건의 국민참여재판에서 사선변호인이 선임된 경우는 152건(17.9%). 80%가 넘는 참여재판이 국선변호인의 변호로 진행되지만, 수많은 국선 사건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하는 이들의 변론은 무죄 입증보다는 배심원들에게 피고인의 딱한 사정을 호소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일부는 무성의한 변론으로 빈축을 사기도 한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방화범의 참여재판 변론을 맡은 한 국선변호인은 재판 시작부터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보다는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피고인 김씨가 처했던 상황을 주로 말씀 드리겠다"고 말했다. 무죄를 주장하는 피고인의 입장과는 별개로 배심원들의 '동정표'를 얻는 데 주력한 것이다.
국민참여재판이 취지를 살려 안착하려면 법원과 검찰, 변호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만, 현실적 제약도 만만치 않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공판 검사는 "절대적인 인력이 부족해 참여재판 전담 배정은 현 검찰 편제에서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재경법원에 소속된 한 국선변호인은 "미국 드라마를 보고 변론기술을 배울 수도 없고 답답하다"면서 "참여재판 관련 교육 프로그램이라도 도입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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