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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1월 12일] 독점은 악? 경쟁은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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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1월 12일] 독점은 악? 경쟁은 선?

입력
2013.11.1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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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시장이란 진입이 어려워 시장 내에 단 하나의 생산자(공급자)가 존재하는 시장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독점시장에서는 생산자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재화의 공급량이나 가격을 임의로 결정하여 수요자를 포함한 전반적인 사회후생을 낮추기 때문에 흔히 독점은 나쁜 것, 경쟁은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독점 중에서는 '자연독점'이라는 것이 있다. 경제학적으로 자연독점이란 총생산비용이 높아 여러 생산자보다는 하나의 생산자가 규모의 경제를 가지고 공급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어서 자연스럽게 독점이 될 수 밖에 없는 시장을 말한다. 통신, 전력, 상하수도 등이 자연독점시장의 대표적인 사례로 높은 비용 외에도 가격안정, 배분의 효율성의 문제로 자연독점분야는 주로 공기업이 담당한다.

우리나라 통신시장처럼 자연독점시장도 민간이 충분히 성숙하여 개방을 통한 재정부담 경감 및 사회후생 증대를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다면 민간개방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자연독점시장의 개방은 자칫 그 취지와는 달리 부작용만 야기 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

정부는 지난 8월27일 정책금융기관 역할 재정립 방안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 중 필자의 관심을 끄는 부분이 있다. 단기수출보험을 무역보험공사(이하'무보')가 '독점적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민간금융회사 등에 개방·이양하겠다는 계획이다.

단기수출보험은 우리나라 수출기업이 수출 이후 해외 수입자로부터 수출대금을 떼이는 경우 그 손실을 보상해주는 보험으로 우리나라 수출드라이브 정책으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1968년에 도입되어 공기업인 무보에서 이를 전담해 오고 있다.

단기수출보험의 민간개방이 정부사업의 민영화를 통한 정부 재정효율성 증대 측면에서 보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이나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단기수출보험은 다수의 시장 참여자가 존재하면 고비용과 비효율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자연독점'에 가깝다.

우선 단기수출보험을 취급하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해외기업들에 대한 신용정보 데이터와 해외 네트워크가 필요한데 이러한 기반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시간·경제적인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 각각의 민간금융기관들이 이러한 비용을 들여 시장에 진입할 수 없을뿐더러 시장에 진입한다고 해도 충분한 비용대비 수익을 시현하기는 힘들다.

더욱이 막대한 비용을 치르며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것은 일부 대기업 손해보험사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보면 결국 단기수출보험의 민영화는 일부 대기업을 위한 것일 수 밖에 없으며 설령 일부 대기업이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단기수출보험을 취급한다고 하더라도 손해율이 높은 중소기업 거래는 회피하고 그룹 계열사의 수출거래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공기업인 무보는 손해율이 높은 중소기업 거래에만 치중하게 되어 궁극적으로는 중소기업에 대한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손실을 정부로부터 보전 받을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는 당초 민간개방을 통한 정부예산 효율성의 목적에 배치될뿐더러 그 피해는 고스라니 우리 중소기업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러한 실질적 피해 외에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최근 우리나라 수출을 둘러싼 외부환경이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신흥국 경제위축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상시적인 위기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위기상황에서 독점의 비효율성이 나타나지 않는, 아니 오히려 정책적 중요성이 강화되고 있는 정부의 수출진흥 정책도구를 민간에 개방하여 정부가 스스로 그 기능을 약화시키는 것은 국가경제적 관점에서 득보다 실이 더욱 클 것이다. FTA에 의해 한번 개방한 시장은 향후에 정책적 필요가 있다고 해도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점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때마침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여야가 한목소리로 단기수출보험 민영화 폐해를 지적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보다 신중한 검토를 통해 국가경제에 필요한 올바른 방향으로 개편안을 궤도 수정하기 요청하는 바이다.

박광서 건국대 상경대학 국제무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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