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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11월 12일] 깨춤 추는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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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11월 12일] 깨춤 추는 재판

입력
2013.11.1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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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판결이 난 '나꼼수' 재판과 유죄 판결이 난 안도현 재판의 순서가 바뀌었다면 판결도 바뀌었을까? 앞으로 안도현 재판으로 배심원 평결 이후 여론의 추이를 보고 선고하는 관례가 생길까? 배심원 의견에 법관이 동의하지 못해도 양형에 한해서는 배심원 의견을 따른다는 세계역사상 최초의 희한한 배심재판이 생길까? 다른 나라에서는 배심원의 유무죄 의견이 절대적이고 양형만 법관이 결정하는데 안도현 재판에서는 반대가 됐다. 게다가 유죄의 근거가 된 의혹 제기의 '공익 목적' 여부에 대한 판단도 종래 그 범위를 폭넓게 인정한 대법원 판례에 비춰보면 무죄인데도 유죄로 본 판사의 법지식이 의심된다. 재판부는 법률전문가가 아닌 배심원이 법리적 관점에서 유무죄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고 사안의 성격상 배심원의 정치적 입장이나, 지역의 법감정, 정서에 그 판단이 좌우될 수 있다며 배심원단의 평결을 폄하했지만 배심원 평결이야말로 대법원의 판례와 일치했으니 대법원이 법률전문가가 아니라고 본 셈이다.

소위 '정치적' 사건은 배심재판에서 제외하자는 '정치적' 주장은 과거 몇 백 년 전 서양에서 벌어진 수많은 정치적 재판에서 왕의 뜻과 달리 유죄를 선고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하는 이유에서 배심재판을 거부하고 심지어 파괴하려고 했던 독재자 왕들과 그 앞잡이들의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치에 대한 의견 대립이 심하다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의견 대립이 심한 것은 어떤 사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지 반드시 정치적인 사건의 경우에만 그런 것도 아니다. 의견 대립이 없는 사건만 국민참여재판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다. 도리어 의견 대립이 없다면 굳이 국민참여재판으로 다룰 필요도 없다. 아니 의견 대립이 없다면 처음부터 재판으로 문제될 수도 없다. 미국 등 우리보다 배심제를 더 빨리, 그것도 몇 백 년이나 더 빨리 한 나라에서도 '정치적' 사건을 배심재판에서 제외한 예가 없다. 게다가 우리나라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의 평결은 어디까지나 판사가 판결을 내릴 때 참고할 의견에 불과하다. 미국과 같이 배심원의 평결이 바로 판결인 점과 다르다. 그러니 국민참여재판이나 배심원을 탓할 것이 아니라 그 담당 판사를 탓해야 한다. 법에 무지한 배심원들의 의견을 판사가 철없이 받아들였다고 말이다.

두 재판에 대해 검찰은 항소한다고 했다. 이는 영미의 배심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면 검찰은 항소할 수 없게 되어 있는 것과 다르다. 국민의 뜻이 무죄인데 공무원인 검찰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국민의 뜻을 받드는 것이 당연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제도 본래의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검찰이나 언론이 함부로 국민의 결정을 상식 이하 운운하며 반항하는 것일까? 검찰로서는 무엇보다도 나꼼수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난 점에 불쾌할 것이다. 5년형까지 구형을 했는데 무죄라니 기가 찼을지도 모른다. 검찰의 구형량보다 낮게 깎인 것도 아니고 아예 무죄 판결이 났으니 말이다. 그러나 지난 5년간 국민참여재판의 무죄율은 5.7%로서 1심 형사합의사건 무죄율 3.2%보다 약간 높지만 미국 배심재판의 무죄율 33%에는 전혀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 검찰은 아직 안심해도 좋을지 모른다. 그런데 미국의 33% 무죄율은 검경찰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면 무죄로 본다는 형사재판의 원칙이 충실하게 반영된 탓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국민참여재판을 하는 비율은 전체 재판의 0.1%에 불과하니 그 중에서도 무죄 판결이 나는 것은 전체 재판의 0.005%에 불과하다. 이는 모든 사건을 배심재판으로 할 수 있는 영미의 경우와 천양지차다. 특히 미국에서는 민사도 배심재판으로 한다.

국민참여재판에는 문제가 많다. 2009년부터 2013년 6월까지 억울한 옥살이가 약 8만 건인 것으로도 알 수 있듯이 재판이 아니라 개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의 수사와 재판에는 문제가 많아 국민참여재판을 실시하게 되었는데 사실상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라는 게 참된 문제점이지 '정치적 사건' 제외 따위가 문제가 아니다.

박홍규 영남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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