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시55초 1억위안(약 175억원), 0시2분 3억위안(약 525억원), 0시6분 10억위안(약 1,750억원) 돌파!'
중국의 인터넷 상거래 시장인 타오바오(淘寶ㆍwww.tabao.co)와 톈마오(天猫ㆍwww.tmall.com)에서 11일 0시 직후 성사된 거래 금액이다. 마윈(馬云) 알리바바그룹 회장이 운영하는 이들 쇼핑몰이 이날 하루 최고 90%에 이르는 대대적인 가격 할인 행사를 펴자 중국 네티즌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세운 진기록이다.
심야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첫 1분간 접속자는 무려 1,370만명에 달했다. 이날 이들 쇼핑몰의 거래액은 할인 판매 시작 38분만에 50억위안(약 8,750억원)을 넘어섰고 128분만에 90억위안(약 1조5,750억)까지 치솟았으며 낮 12시에는 175억위안(약 3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미국의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블랙 프라이데이'와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난 첫 월요일인 '사이버 먼데이'의 온라인 매출을 합친 25억달러(약 2조6,500억원)보다 많은 것이다. 미국 소비자가 인터넷 구매를 가장 많이 하는 이틀을 합친 주문액보다 중국 네티즌이 반나절 동안 사들인 상품의 금액이 더 컸다는 얘기다.
오후 1시에는 지난해 11월11일 판매량인 191억위안(약 3조3,000억원)을 돌파했다. 이에 따라 이날 하루 거래액은 300억위안(약 5조2,500억원)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보다 50% 이상 증가하는 것이다. 휴대폰을 통한 주문이 25%에 육박하는 것도 눈길을 끌었다.
택배업체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이날 주문받은 물량은 4억개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택배업체들은 원활한 배송을 위해 화물기를 100여대 준비했다.
11월 11일은 중국 네티즌에게 '광군제'(光棍節ㆍ이성친구나 애인 없는 사람을 이르는 중국어 광군과 명절의 합성어)로 불린다. 혼자를 뜻하는 숫자 '1'이 네 개나 겹친 날이어서 외로운 싱글을 위한 행사가 많다.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를 본 떠 이날을 '솽스이'(雙十一ㆍ11이 겹쳤다는 뜻)로 정해 '중국 소비자의 날'로 명명한 사람이 바로 마윈 회장이다. 중국에 '소비자 권익의 날'(3월15일)이 따로 있지만 주로 관영 언론들이 외국기업들을 겨냥해 비판 기사를 내보내는 날로 변질돼 대대적인 할인행사 등은 드물었다.
업체의 상술에 불과할 수 있는 광군제와 솽스이를 전세계 언론이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내수 소비를 진작해야 하는 중국 정부의 의지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갈수록 커지는 중국 내수 소비 시장의 구매력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최근 마 회장의 일자리 창출과 소비 진작 노력을 격찬(본보 11일자 15면)한 바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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