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베트남인 부부가 낳은 신생아를 한국 국적으로 세탁한 뒤 출국시켜 주는 대가로 돈을 챙긴 브로커 등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11일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및 여권법 위반 혐의로 알선 브로커 6명을 적발해 E(39ㆍ베트남인)씨 등 3명을 구속하고 P(40ㆍ베트남인)씨 등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들로부터 돈을 받고 아이를 자신이 낳은 것처럼 서류를 위조해 가짜 산모 행세를 하며 출산장려금까지 타낸 한국 국적의 김모(36)씨 등 32명을 여권법 위반 및 영유아보육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E씨 등 브로커들은 2011년 11월부터 최근까지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베트남인 불법체류자 부부에게 신생아를 한국 국적으로 세탁, 베트남으로 보내주겠다고 접근해 아이 1명당 1,200만원씩 42쌍의 부부로부터 모두 5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불법체류자 부부들은 자녀를 한국 국적으로 출생신고 할 수 없는데다 국내에서 양육할 경우 맞벌이가 어렵고, 자국으로 아이를 보내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불법체류 신분이 드러나게 돼 브로커의 유혹에 넘어갔다.
브로커들은 인터넷 사이트에 대출카페를 개설, '아무나 1,000만원 수익보장'이라는 글을 올려 가짜 부모 역할을 할 내국인들을 모집했다. 김씨 등 가짜 부모 32명은 브로커들로부터 신생아 1명을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리는 대가로 200만원씩 받아 챙겼다. 또 이들 중 일부는 출생신고 후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출산장려금과 양육수당 명목으로 1인당 80만∼650만원씩 모두 3,200만원을 더 챙기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베트남으로 출국한 신생아 42명 중 상당수는 아직 한국 국적을 갖고 있다"며 "이들처럼 호적에만 남아있는 '유령 국민'이 향후 또 다른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수원=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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