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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는 크고 경쟁력 없고… 우리은행 매각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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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는 크고 경쟁력 없고… 우리은행 매각 '딜레마'

입력
2013.11.1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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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와 금융당국이 우리은행 매각을 앞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매각 입찰 성공 등으로 민영화 첫 단추를 순탄하게 뀄지만 우리은행은 덩치가 큰데다 경쟁력도 떨어지는 탓이다. 우리은행은 벌써 3차례나 민영화에 실패했고 취약업종 기업여신이 높아 부실 우려도 크다. 자산가치만 300조원 가까이되는 매물을 소화할 인수후보도 마땅치 않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매각에 10곳의 최종 입찰 대상자가 선정된 데 이어, 21일에는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에 KB금융과 NH농협금융지주 등이 인수의향서를 접수했다. 다음달 말 경남ㆍ광주은행의 본입찰이 마감되는 즉시 우선협상자가 발표될 예정이고, 우리투자증권 패키지도 다음달 중으로 본입찰 마감일이 확정될 예정이라 두 매물 모두 연내 새 주인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우리금융지주의 핵심 매물인 우리은행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우리은행과 우리카드, 우리프라이빗에퀴티(PE), 우리에프아이에스(FIS), 금호종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등 기타 자회사는 이르면 내년 1월 매물로 등장한다. 우리은행은 가장 높은 가격을 받아야 하는 매물이지만 덩치(지난해 기준 총자산 265조원)에 비해 자산건전성 및 수익성, 직원 생산성 등은 매년 떨어지고 있는 게 결정적 흠이다.

더구나 올해 민영화 착수 등의 이유로 미국 현지 교포은행 인수, 정보통신(IT)사업 재구축 등 우리은행의 주요 사업은 내년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2010년부터 3차례나 민영화에 실패한 것도 시장에서 은행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STX, 쌍용건설 등과 관련한 대손충당금(8,120억원)을 쌓다 보니 3분기 실적이 다른 은행보다 낮게 나왔다"며 "민영화를 대비하고 있는 것이지 수익성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부실문제는 그리 간단치가 않다. 올 상반기 현재 기업여신에서 철강 건설 조선 해운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위험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21.2%로 주요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데다, 위험업종에서 부실자산(고정이하여신) 비중 또한 14.0%를 차지해 자산건전성이 떨어진 상태다. 신평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우리은행은 위험업종에 대한 여신이 많아 추가 부실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분석했다.

우리은행 인수를 감당할만한 자금 여력을 갖춘 인수 후보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B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회사는 사실상 인수불가 의사를 밝혔고, 인수후보로 나선 교보생명은 자신보다 자산규모가 3배 이상인 우리은행을 거머쥐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에 투입된 공적자금 12조8,000억원 가운데 회수 금액이 5조7,497억원에 불과한데도 정부는 최소 입찰 규모도 확정하지 않고 여전히 시장상황을 살펴보는 중이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정책금융기관도 아닌 민간은행에 공적자금을 10년 넘게 투입하면서 민영화를 늦추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라며 "이번만이라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제대로 된 가치평가를 받도록 한 다음 우리은행을 매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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